비트코인 눈 돌린 강남부자들…"자녀들에게 투자 권유"

은행·증권 PB 7인 인터뷰 "비트코인 보는 시각 달라져"
전통적 헷지 자산 금·달러 인플레 국면에 투자 매력↓
희소 가치 인정시 비트코인 '대체투자' 수단 가능성
  • 등록 2021-03-18 오전 5:10:00

    수정 2021-03-18 오전 5:10:00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강남 부자들은 본인이 직접 비트코인에 투자하지는 않지만 자녀들에게는 권유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본인 세대보다 자녀 세대에 더 적합할 수 있기 때문에 경험 삼아 해보라고 한다.”

강남부자들이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2017년 거품 붕괴 당시만 해도 ‘투기’, 심지어 ‘사기’로 치부하던 비트코인이 대체투자수단 중 하나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은행·증권 프라이빗뱅커(PB)들은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가치를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데다 변동성이 워낙 커 고객들에게 권하기 어렵다면서도 투자대상 중 하나로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4일 이데일리가 서울 강남권 PB 7명을 인터뷰 한 결과 이들은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과도해 자산가들에게 투자대상으로 추천하진 않는다면서도 비트코인이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헷지(Hedge·손실 위험 방지)를 위한 ‘대체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감안해 미래 가치를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강남권 자산가들이 자녀 세대는 비트코인 투자 경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황선아 KB증권 강남스타PB센터 부지점장은 “비트코인이 자산 시장 범주로 들어오기에는 변동성이 너무 크지만 관심은 가져야 한다”며 “자산가들은 본인이 직접 투자하기보다 자녀 세대들에게 경험삼아 투자해볼 것을 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황성훈 미래에셋대우 테헤란밸리WM PB(차장) 역시 “아직은 비트코인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향후 가치저장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도 있고 희소성에 있어 그 자체로 가치가 부여될 수도 있어서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며 “최근 캐나다에 상장한 비트코인 ETF 관련해 문의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전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테슬라 등 일반 기업들은 물론 블랙록, 매스뮤추얼 등 금융투자회사까지 앞다퉈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은 최근 3년 사이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된 가상화폐의 시총을 나타내는 자체 종합시장지수(UBMI)는 지난 13일 처음으로 1만 포인트를 넘어섰다. 17일 기준으로는 9573.49포인트로 소폭 내렸지만 상황이지만 UBMI 지수가 처음 산출된 2017년 10월 1일(1000포인트) 대비 10배 가까이 올랐다. 비트코인 시세는 이날 오후 2시 40분 기준 전날 대비 약 2% 상승한 5만5547.9달러(6284만6894원)을 기록했다.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는 자산 배분 차원에서 투자할 수는 있지만 가격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장현철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전략팀 수석은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춘다면 안전자산으로서의 금과 달러의 역할은 매력적이지 않다”면서 “최근 달러가 조금씩 반등하고 있지만, 백신 공급이 더딘 유로화 약세에 기인한 것으로서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양수경 신한PWM잠실센터 PB팀장은 “안전자산 포트폴리오라면 금보다는 달러”라면서도 “달러가 오를 것이라 예상하진 않는다. 미국 경기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하면 달러는 약세를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을 아예 추천하지 않는다는 PB도 있다. 실제로 금 시세 확인사이트 골드프라이스에 따르면 17일 오후 2시 40분 기준 금 가격은 온스당 1736.38달러를 기록하면서 연초 고점(1952.70달러) 대비 약 11% 이상 떨어졌다. 조윤식 하나은행 클럽1 PB센터장은 “금은 추천하지 않는다”며 “실질금리를 떠나서 명목금리가 오르는데 금값이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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