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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이팅, 첫 파산보호 신청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셰일업체 화이팅 페트롤리움은 이날 연방파산법 제11장을 적용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셰일 대기업 중 첫 사례다. 파산보호 신청은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에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생을 모색하도록 하는 제도다.
브래들리 홀리 화이팅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과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간 유가 전쟁으로 파산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셰일업계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소 40달러는 넘어야 채산성이 있다. 셰일 채굴 비용이 그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배럴당 20달러대 이하 폭락장에서는 생산할수록 적자가 쌓여 회사 운영 자체가 어렵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0.17달러 내린 20.31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20달러 아래(19.90달러)까지 떨어졌다. 당분간 유가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은 봉쇄 정책을 더 강화하고 있고, 주요 산유국간 증산 치킨게임은 퇴로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와 바클레이즈는 올해 2분기 WTI 가격을 각각 배럴당 17달러, 19달러로 예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의 전망치는 20달러다. 당분간 20달러 안팎 초저유가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쌓이는 빚더미에 손을 든 곳이 화이팅뿐만 아니다. 또다른 대형 셰일업체인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은 오스카 브라운 수석부사장이 실적악화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옥시덴탈은 지난해 아나다코를 380억달러(약 47조원)에 인수하면서 재무구조가 약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옥시덴탈 지분을 10%까지 늘리며 경영진 전원 교체를 주장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브라운 수석부사장은 아나다코 인수를 주도한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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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에너지 한계기업의 부도 쓰나미가 신용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인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에너지 업종의 하이일드 채권 발행액은 3200억달러(약 394조원)가 넘는다. 전체 발행액의 15% 이상이다. 셰일업계는 지난 수년간 초저금리로 자금 조달이 용이한 데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을 유지하면서, 높은 원가 한계를 딛고 성장해 왔다.
하이일드 채권은 경제 호황기 때는 높은 수익을 안겨주지만, 침체기 때는 최악의 경우 휴지조각으로 돌변한다. 최근 위기 국면에서 셰일업체들의 실적 악화가 불보듯 뻔한 만큼 에너지업계 부도율 상승→회사채 전반 자금 경색→신용시장 금융 여건 악화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셰일 줄도산 우려가 커지면서 급기야 백악관이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일 백악관에서 업계 대표들과 회동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비키 홀럽 옥시덴탈 최고경영자(CEO) 등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