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최저임금 1만원 딜레마…'빈곤 탈피' Vs '일자리 감소'

최저임금 올려야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해소
중소기업, 저임금 해외시장 이전 등 부작용 우려
"물가 상승 초래, 영세 자영업자에 큰 타격 입힐수도"
임금 일부 지원,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검토 필요
  • 등록 2017-05-02 오전 5:00:00

    수정 2017-05-02 오전 5:00:00

△그래픽=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최저임금 1만원은 딜레마다. 최저임금 근로자 342만명과 그 미만의 급여를 받는 300만명에게 최저임금 1만원은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반면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에겐 최저임금 1만원은 회사나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있는 폭탄이다. 사회 전체로 확장하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의 빈곤 탈피를 위한 전제인 동시에 가뜩이나 심각한 취업난을 심화할 수 악재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이 수십년간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경영계와 노동계간 힘겨루기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최저임금 인상 올해 회의도 첫발부터 삐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내놓은 ‘구조개혁 평가 보고서’를 통해 한국노동시장의 정규직-비정규진 간 이중구조 등의 개혁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 소득에서 하위 20% 빈곤계층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35개 회원국 중 12번째로 적다. OECD 회원국 평균에도 못 미칠 만큼 빈부 격차가 심하다는 뜻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7.3% 오른 6470원이다. 주 40시간 근로기준 월급으로는 135만 2230원이다. 지난 10년 동안 최저임금은 평균 매년 7.1%씩 올랐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한다. 매년 6월 최저임금안을 의결해 정부에 제출하면 고용부 장관이 8월 5일까지 결정해 고시한다.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오는 6월 29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 결정 때마다 동결을 요구하는 사용자 위원과 두자리수 인상을 주장하는 근로자위원들간의 힘겨루기로 최저임금위는 파행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에도 법정 시한을 넘긴 7월 17일에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최저임금위는 2010년 이후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안을 의결한 적이 없다. 올해도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는 근로자 위원들이 전원 불참했다.

최저임금 올려야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해소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사회적 약자인 저임금 근로자들은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저임금만으론 생계 유지가 어려워 연장근로수당으로 소득을 보전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최저임금이 가계 및 기업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표본조사 기업 5000곳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는 상용직보다는 임시·일용직이 많았다.

업종별 임금분포를 보면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부동산·임대업, 사업관리·원업, 예술·스포츠·여가관련서비스업, 단체·수리·개인서비스업에서 최저임금 미만 또는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 비율이 10%가 넘는다. 직종별로 보면 단순노무직과 서비스직, 판매직에서 최저임금 미만 또는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 비중이 높았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은 곧 임금이다. 이로 인해 최저임금이 오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적정한 임금을 보장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며 “현재 시점에서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적정한 임금이란 국민적 공감대로 자리 잡고 있는 시급 1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노동계가 최저임금 인상 캠페인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회원이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최저임금 1만원 요구’ 마트 노동자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 올리면 인력 감축 해외이전 불가피

반면 임금인상 여력이 미비한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 1만원은 재앙이다.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동력이 싼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거나 불법체류자 채용을 확대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인력을 해고하거나 신규채용을 축소할 수도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에 적절한 지원 없이 최저임금만 오르면 회사는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영세 자영업자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015년 429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최저임금을 올리면 신규채용을 축소하겠다는 곳이 29.9%, 감원하겠다는 곳이 25.5%에 달했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 상승이 기업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지를 대변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미만율부터 낮추자는 주장도 있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 비율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0년 7.9%에서 이듬해 6.1%, 2012년 3.9%로 감소했다. 하지만 2013년 4.1%로 상승한데 이어 2014년 4.9%에 이어 2015년 6.2%로 다시 확대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의 소득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국내 사업장이 전체 중 25%에 이른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이들 대부분은 소상공인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객관적인 지급 능력을 평가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와 인상률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금 여력이 없는 기업을 위해 정부가 임금의 일부를 지원하거나 사업장 특성에 따라 최저임금을 따로 정해 적용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영세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순수 독립사업장이 최저임금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게 특단의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설명:최저임금이란 국가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회사)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정한 제도다. 1986년 12월 31일에 최저임금법이 제정됐다. 1987년에 최초의 최저임금이 결정돼 이듬해인 1988년부터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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