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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올초 20달러대에서 시작한 국제 유가는 6월 이후 40~50달러 박스권에 머물다 이달 들어 5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1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원유 상승의 기폭제가 된 것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기대감이다. 9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공식 회의에서 감산 합의가 도출됐고 연내 감산 가능성이 높다. 모하메드 바킨도 OPEC 사무총장은 최근 감산 합의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뜻을 전했다. 다음달 30일 정례회의에서 감산 관련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세계은행(WB)은 내년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53달러에서 5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조선사 유가 상승 호재에 수주 잇따라
유가 상승 분위기에 산업계 희비는 엇갈린다. 경영여건의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는 쪽이 대부분이지만 저유가에 발목이 잡혀 있던 일부 산업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가 상승 국면을 반기는 분야는 조선·플랜트 업계다. 유가 상승 훈풍에 힘입어 대형 잭업리그(Jack-up Rig) 등 해양유전 시추설비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지난 14일 세계 최대 규모 잭업리그의 명명식을 열고 연내 인도를 예고했다. 추가적인 유가 상승이 이뤄진다면 앙골라 소난골과 협의중인 해양프로젝트도 인도 또는 매각에 힘을 받을 수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최근 1개월 사이에 1조원 규모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Semi-FPU)의 사업자로 내정된 것은 물론 LNG선 2척, 유조선 4척 등을 쓸어담으며 수주 낭보를 잇따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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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사들은 당장 원재료 비용이 오르는 것이 부담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속 수요 창출은 저유가에 힘입은 결과였다는 점에서 향후 유가 상승은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과거 전통적인 개념에서는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이 개선되는 시그널로 해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유가 상승이 정제마진이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게다가 내년부터는 중국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품질의 휘발유, 경유를 만들어 수출할 전망이라는 점도 업계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해운은 울상..배럴당 1달러 올라도 연간 340억 손실
항공·해운처럼 연료비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업종도 유가 상승이 반갑지 않다.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003490)의 경우 연간 3000만배럴 이상의 항공유를 사용한다.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연료비용 부담이 3000만달러(약 340억원) 이상 증가한다는 뜻이다. 유가 변동에 따라 유류할증료 등을 부과하긴 하지만 결국 여객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해운업계 역시 원가에서 유류비 비중이 최대 30%에 달하는 만큼 저유가 국면이 옅어지는 것이 불안하기만 하다. 운임 인상 효과가 나타날 순 있지만 화물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OPEC이 실제 감산에 돌입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국가들만으로도 어느 정도 감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내년 유가 수준은 배럴당 평균 50달러대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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