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 트럼프, 美경제 망가져야 산다

  • 등록 2016-06-08 오전 6:00:00

    수정 2016-06-08 오전 6:00:00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사실상의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자회사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는 이른바 ‘족집게 도사’다.

각종 공학을 동원해 선거 예측 모델을 만든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1980년부터 지금까지 9번의 미국 대선 승자를 모든 맞춘 경이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신뢰도가 높은 무디스 애널리틱스가 올해 미국 대선에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前) 국무장관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클린턴이 전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과반이 훨씬 넘는 332명을 확보해 트럼프를 누를 것으로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통적 민주당을 지지하는 19개주 선거인단 247명뿐 아니라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버지니아, 펜실베니아 등 7개 경합주(州)와 워싱턴DC에서도 클린턴이 트럼프를 이긴다는 시나리오다.

이메일 스캔들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는 클린턴 쪽에서는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예측 모델이 복잡한 변수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단순하게 설명하면 미국 경제 상황이 좋고 기존 미국 대통령 지지도가 높으면 여당 후보에서 유리하다는 가정이다.

현재 민주당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길 정도로 인기가 좋고 미국 경제상황도 순항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당인 클린턴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복병은 휘발유 가격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2.3달러 수준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휘발유 가격이 만약 3달러로 오른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댄 화이트는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달러 이상이면 공화당의 트럼프가 승리하는 것으로 예측 모델 결과가 바뀐다”고 말했다.

내리막을 걷던 휘발유 가격은 지난 2월 중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381달러로 상승했다.

국제 유가 움직임은 속도가 더 빠르다.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어느새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동안 40% 가까이 상승했다.

물론 휘발유 가격은 국제 원유시장 가격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세금도 붙고 정제되는 데 시간도 걸린다. 하지만 추세는 따라간다. 휘발유 값도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달러가 되려면 지금보다 26% 상승하면 된다. 불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스트레이티거스 리서치 소속 애널리스트 다니엘 크리프턴는 또 다른 예상모델을 내놨다. 바로 뉴욕 증시 주가다.

그는 대통령 선거 이전 3개월간 주가 흐름이 대통령 당선자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3개월간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가 상승세를 보이면 여당 후보 클린턴이 승리하고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크리프턴의 주가 분석 모델을 적용하면 과거 22번의 대선 중 19번의 결과가 예상치와 일치했다고 한다.

문제는 경제다. 휘발유 가격이든 주가든 모두 경제를 반영하는 숫자다. 경제가 나빠지고 서민들 삶이 팍팍해지면 기존 정치판을 욕하게 마련이다.

트럼프의 선거 구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지만 정작 속내는 유가가 더 오르고 미국 경제가 지금보다 망가지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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