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화장품 한계 왔나..中전용품 출시하며 '안간힘'

성장 꺾인 한방화장품..중국인 관광객 전용으로 선회
국내선 한방에서 '자연주의', '발효'로 콘셉트 갈아타기
유행 민감하고, 질리기 쉬워 "새로운 제품 개발 시급"
  • 등록 2015-05-06 오전 6:00:00

    수정 2015-05-06 오전 6:00:00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요즘 새로 나오는 한방화장품은 대부분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를 겨냥한 중국인 전용 제품이다. 국내 한방화장품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자 중국인 고객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분위기다.

이미 국내 한방화장품 브랜드는 한방이라는 콘셉트를 버리고 ‘자연주의’, ‘궁중’으로 바꾸고 있다. 트렌드가 쉽게 바뀌는 화장품 분야의 특성상 한방화장품 역시 위상이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LG생활건강(051900)은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전용 한방화장품 ‘더 사가 오브 수(The saga of 秀)’를 선보였다. 현재 롯데면세점 본점과 코엑스점에서 임시매장 형태로 판매하고 있으며, 하반기엔 중국 현지 백화점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LG생건 관계자는 “궁중화장품 ‘후’의 가격대가 높아서 접근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가격대를 낮추고 대중적으로 만든 브랜드”라며 “한방 제품을 좋아하는 요우커를 위해 선보인 전용 제품으로 국내 출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왼쪽)LG생활건강은 지난달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면세점 전용 상품인 한방화장품 ‘더 사가 오브 수’를 선보였다. (오른쪽)화장품 제조업체 스킨애니버셔리가 중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선보인 한방화장품 ‘UGB’
화장품 제조업체 스킨애니버셔리는 지난 2월 프리미엄급 한방화장품인 ‘피지비(PGB)’를 면세점 전용으로 선보였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미용박람회에 출품할 예정이다.

지난 2004년부터 면세점, 관광객 전용 매장에서 판매한 요우커 전용 한방화장품 ‘유지비(UGB)’가 매년 30% 이상 매출 성장세를 보이자 후속제품으로 내보인 고급 브랜드다.

스킨애니버셔리 관계자는 “유지비의 경우 지난 2013년 매출이 전년대비 200% 성장세를 보였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면서 “포화상태인 국내 한방 화장품 시장은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해 요우커를 염두에 두고 화장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반면 내수 시장을 겨냥한 한방 화장품 브랜드들은 콘셉트를 갈아타는 분위기다. 아모레퍼시픽의 ‘한율’은 ‘한방화장품’이었던 브랜드 콘셉트를 ‘자연주의’로 바꿨다. LG생활건강의 ‘후’는 한방화장품에서 ‘궁중’ 화장품으로 노선을 살짝 틀었다. 소망화장품의 ‘다나한’이나 제로투세븐의 ‘궁중비책’은 전통 한방화장품에 ‘바이오 과학’이나 ‘발효 과학’을 결합한 경우다.

국내 시장에선 한방 화장품의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방 화장품 시장은 지난 2013년까지 2조원대로 성장했지만 ‘한방’ 콘셉트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데다 장기 불황까지 덮치며 꺾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한방 화장품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한방화장품은 쉽게 질리는 경향이 있다”며 “2013년 말부터 한방 화장품 브랜드 론칭이 급격히 줄어들고 ‘발효’나 ‘자연주의’를 내세운 화장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브랜드 이름만 바꿔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식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아직까진 중국 고객들이 한방 화장품을 신선하게 느끼지만 화장품은 유행을 많이 타는 분야다. 중국인들의 마음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영미권 고객들은 한방 향을 좋아하지 않아 한방화장품 소비자층이 중국 고객에 한정돼 있다”며 “한방 카테고리(분야) 안에서 계속 트렌드를 접목해 연구개발 하지 않는다면 중화권에서도 금방 인기가 시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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