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청와대 문건’ 관련 의혹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언론에 유출된 문건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하던 박관천 경정이 임의로 작성한 것이며, 따라서 그 내용이 허위라는 것이 요지다. 문건에 등장하는 정윤회 씨와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비서진들의 ‘십상시’(十常侍) 비밀회동도 사실무근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마디로 문제의 문건이 조작됐다는 얘기다. 그동안 온 나라가 사실도 아닌 ‘지라시’에 휘둘렸다는 허무함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국민들이 과연 이러한 수사 결과에 납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제의 본질인 ‘비선(秘線) 실세’나 국정농단 의혹은 제쳐놓고 문건의 유출 부분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부터가 그러하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 경정이 주도적으로 문건을 유출했다면 규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사태의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는 거의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의혹을 규명하기보다는 서둘러 봉합하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한 청와대 내부 ‘문고리 권력’의 횡포에 대한 증언만 해도 수두룩하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내비치지 않았다. 문건의 유출도 보통 문제가 아니지만 권력농단이 있었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수사진행 과정에서 국민들이 이 부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도 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사는 ‘속빈 강정’에 지나지 않는다.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야권 일각에서 특별검사 얘기가 나오는 연유를 검찰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지라시’라는 표현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등의 논란에서 예견됐듯이 수사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미리부터 제기돼 왔다. 결국 검찰의 수사 의지와는 관계없이 결과는 실망적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이래서는 검찰의 신뢰 회복은 요원할 뿐이다. 말로만 “검찰 수사에 성역이 없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수사에 임해야 한다. 이번 수사도 검찰의 손에서 흔쾌하게 해결되지 못한 것이 유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