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집 산 게 후회스러운 적이 없다. 이 아파트는 전체 2700여 가구 중 200가구 정도가 빈집이다. 집을 내놨지만, 장기간 팔리지 않거나 혼자 살던 노인이 세상을 떠난 뒤 방치된 곳들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30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2030년부터 국내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다.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천천히 찾아왔다. 먼저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차츰 자취를 감췄다. 수요가 줄자 아파트값도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늘어나자 전례 없는 ‘회귀 현상’이 벌어졌다. 서울 강남 등 병원·쇼핑센터·마트·문화시설 등이 잘 갖춰진 도심의 복합시설로만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그나마도 자산이 많은 노인들 이야기다. 가진 것이 집 한 채뿐인 나 같은 이들은 도시 외곽의 아파트와 함께 늙어갔다. 지금 전체 인구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우리 아파트는 이런 고령자가 전체 입주민의 절반 정도는 된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0만명을 돌파했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 적자를 보게 됐다며 연금 개혁을 추진하려 한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 웃기는 소리다. 유권자의 3분의 2 이상이 나 같은 65세 이상 고령자다. 젊은 친구들은 대부분 투표장을 찾지 않는다. 가뜩이나 집만 생각하면 인상을 쓰게 되는 요즘이다. 올해도 반드시 주택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정당에 투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