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국기 걸어놓고 전시 열 날 기대"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황금사자상 영예 이끈 조민석 커미셔너
"전시로 남·북한의 공백을 떠올렸으면"
  • 등록 2014-06-08 오전 10:06:51

    수정 2014-06-08 오후 6:29:56

조민석 커미셔너(오른쪽)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지난 7일 열린 베네치아 비엔날레 개막식에서 국가관 전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언젠가 남·북한 국기 두 개를 무난하게 걸어놓고, 어떤 극적인 요소도 없이 그냥 좋은 건축전시를 열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제14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관의 황금사자상 수상 영예를 이끈 조민석 커미셔너(48)의 또 다른 바람이다.

조 커미셔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지난 7일(현지시각) 열린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개막식에서 황금사자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발표하며 “앞을 내다보기 위해 지난 백 년을 돌아보는 일이었다”며 이번 전시에 의미를 뒀다.

한국관은 ‘한반도 오감도’ 라는 이름으로 남·북한의 건축을 올해 전시 주제로 내세웠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총감독인 렘 콜하스가 제안한 ‘근대성의 흡수: 1914-2014’란 국가관 주제에 맞춰 ‘삶의 재건’ ‘기념비적 국가’ ‘경계들’ ‘유토피아적 국가’ 등 네 가지 소주제 아래 100년간의 남·북 건축적 현상을전시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

조 커미셔너는 이번 주제가 “우리에게 기념비적인 과제였다”고 했다. 정치적으로나 시의적으로 뜻깊어서다. 조 커미셔너는 “한국은 현재 끊임없이 앞을 내다보고 있고, 전혀 뒤를 돌아보고 있지 않다”며 “이런 관점에서 시의적절한 과제였으며,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 역할을 맡아 새로운 현실을 창조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대해서는 “과거를 돌아보며, 우리가 이런 일에 대해 큰 상을 받고 성취감을 느꼈다는 자체가 얼마나 무지한 일인지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냈던 상상속의 남북한의 공백을 어떻게 봤는지 떠올리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올해 한국관은 애초 남·북한 공동 전시를 기획했으나 무산됐다. 조 커미셔너가 전시 기획 과정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북측과 접촉하며 의사를 타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조 커미셔너는 “정말 멋지게 협업한 참여자들과 우리의 작업이 남북한이 모여서 건축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얼마나 흥미로울지에 대한 작지만, 긍정적인 시범이 되길 소망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번 한국관 전시에는 안세권, 알레산드로 벨지오조소, 김수근, 크리스 마커 등 건축가, 사진작가, 미술품 수집가, 화가, 디자이너, 비디오 아티스트 등 29개 팀이 참여했다.

한국관 큐레이터를 맡은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북한과 남한의 건축을 동시에 다루는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아무도 그 일을 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비엔날레의 기획과 전시의 형식 자체가 이 두 가지를 함께 모을 수 있는 위험한 실험에 도전할 수 있게 했다. 이 전시 일부분이 된다는 것은 정말 훌륭한 경험이었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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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황금사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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