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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언젠가 남·북한 국기 두 개를 무난하게 걸어놓고, 어떤 극적인 요소도 없이 그냥 좋은 건축전시를 열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제14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관의 황금사자상 수상 영예를 이끈 조민석 커미셔너(48)의 또 다른 바람이다.
조 커미셔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지난 7일(현지시각) 열린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개막식에서 황금사자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발표하며 “앞을 내다보기 위해 지난 백 년을 돌아보는 일이었다”며 이번 전시에 의미를 뒀다.
조 커미셔너는 이번 주제가 “우리에게 기념비적인 과제였다”고 했다. 정치적으로나 시의적으로 뜻깊어서다. 조 커미셔너는 “한국은 현재 끊임없이 앞을 내다보고 있고, 전혀 뒤를 돌아보고 있지 않다”며 “이런 관점에서 시의적절한 과제였으며,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 역할을 맡아 새로운 현실을 창조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대해서는 “과거를 돌아보며, 우리가 이런 일에 대해 큰 상을 받고 성취감을 느꼈다는 자체가 얼마나 무지한 일인지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냈던 상상속의 남북한의 공백을 어떻게 봤는지 떠올리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한국관 전시에는 안세권, 알레산드로 벨지오조소, 김수근, 크리스 마커 등 건축가, 사진작가, 미술품 수집가, 화가, 디자이너, 비디오 아티스트 등 29개 팀이 참여했다.
한국관 큐레이터를 맡은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북한과 남한의 건축을 동시에 다루는 글을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아무도 그 일을 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비엔날레의 기획과 전시의 형식 자체가 이 두 가지를 함께 모을 수 있는 위험한 실험에 도전할 수 있게 했다. 이 전시 일부분이 된다는 것은 정말 훌륭한 경험이었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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