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약발 다했나]매매 거래량 다시 줄고 집값 하락…전세만 '高~高'

거래량 다시 줄고 집값 떨어지고..대책 한계
전셋값은 아예 못잡아..꺾일 줄 모르는 상승세
  • 등록 2013-12-02 오전 7:30:00

    수정 2013-12-02 오전 7:30:00

[이데일리 양희동·박종오 기자] “올해 나온 대책효과는 이제 끝났다고 보면 돼요. 사겠다는 사람들은 시세보다 싼 것만 찾는데, 급매물은 벌써 다 팔렸으니 거래가 되나요.” (서울 성북구 월계동 K공인 사장)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라고 있으니 전셋값이 오를 수 밖에요. 전세 놓는 사람들에게 세금감면이라도 해줘야 월세 전환을 미룰 수 있을 겁니다.” (강서구 화곡동 M공인 관계자)

주택시장이 또다시 깊은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반짝 증가했던 주택 매매 거래는 줄어들고 있고, 꿈틀대던 아파트값도 소강 상태다. 반면 전셋값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 활성화 법안의 국회 처리 지연에 따른 실망감이 거래량 감소와 집값 하락, 전셋값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야가 소급 적용에 합의한 취득세 영구 감면 조치의 경우 시행이 되기 전에 약발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매매 거래 줄고, 가격 떨어지고

정부와 국회에 대한 실망감이 가장 먼저 집값에 반영된 곳은 서울이다.

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0.02% 내려 3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9월과 10월 2개월 연속 이어지던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특히 서울 강남(-0.06%)의 하락 폭이 컸다. 전국 평균 아파트값도 전주보다 0.06% 올랐지만 지난달 첫째 주(0.18%)와 비교하면 상승률이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0.57%, 수도권(경기·인천)은 0.19% 하락했다. 정부의 연이은 거래 활성화 대책도 전반적인 집값 하락세를 막지 못한 셈이다.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에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세제 혜택이 집중됐지만, 중소형 물량이 몰려 있는 강북지역의 아파트값은 서울 평균 하락률의 세 배에 달하는 1.56% 떨어졌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부동산시장 활성화 법안들이 거래 회복 시점에 맞춰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실망한 수요자들이 다시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올해로 양도소득세 감면이나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면제 혜택 등이 끝나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의 11월 넷째주 아파트값은 서울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대부분 지역의 집값 상승률이 전주에 비해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감정원>
매매 거래도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113건으로, 10월 거래량(7570건)의 8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구로구의 경우 매매 거래가 전월 448건에서 지난달에는 217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실수요자들의 저가 매물 거래가 급감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8·28 전·월세대책 이후 취득세 영구 감면 효과로 지난 9~10월 반짝 늘었던 매수세가 소강 상태에 빠졌다”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 등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가 늦어질수록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 28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변화 추이. <자료:서울시·단위:건>


꺾일 줄 모르는 전셋값… 가계부실 우려↑

전셋값은 잡힐 기미가 없다. 이사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수요가 줄어 일부 오름 폭이 잠잠해진 지역을 빼면 여전히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실정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66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셋값의 역대 최장 상승 기록(2009년 2월13일~2010년 5월7일)인 65주를 넘어섰다.

전셋값의 누적 오름 폭도 예년 수준을 웃돈다. 정부가 전·월세 대책을 내놓은 직후인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69%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1.51%)에 비해 1.1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전세난이 우려됐던 2011년(1.97%)과 비교해 봐도 0.7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근 전셋값 상승의 진원지로 꼽히는 서울·수도권은 2.99% 뛰었다. 서울(3.86%)은 전년 동기(1.65%)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대책의 약발이 듣지 않는 전세시장은 가계 건전성을 위협하는 잠재적 부실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권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60조1000억원에 달한다. 2009년 말(33조5000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대출을 받아 마련한 전세보증금이 떼일 우려도 커졌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집주인의 은행 담보대출과 전세금의 합이 집값의 70%가 넘는 이른바 ‘깡통전세’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전세를 낀 전체 주택 중 전세금을 포함한 실질 LTV(담보인정비율)가 70%에 이르는 주택이 전체의 9.7%인 약 36만가구로 추산됐다.

전세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은 도심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거나 법적 보호 장치가 부족한 월세로 빠르게 내려앉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거래된 전국의 전·월세 주택 11만8970건 가운데 월세 비중은 39.3%(4만6774건)에 달했다. 지난해까지 30~35% 수준이었던 월세 비중은 올해 1~7월 38.9%로 조사 이래 최고점을 찍은 뒤 고착화되는 추세다.

전세시장은 내년 초 다시 과열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셋값 상승세가 올 연말까지 주춤하다가 학군 이사 수요가 움직이는 내년 1월부터 다시 본격화될 수 있다”며 “오름 폭은 약간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전세의 월세 전환, 전·월세 상한제 등 정책 변수가 또다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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