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공구역 설정이후 첫 긴급발진…대화도 제의

  • 등록 2013-11-30 오전 8:44:54

    수정 2013-11-30 오전 8:44:54

(서울·특파원 종합=연합뉴스) 중국의 일방적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주변국 간 갈등이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강ㆍ온 양면 작전 구사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대변인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미군 초계기 P3와 일본 항공자위대의 공중 조기경보통제기 E767 등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공군기가 29일 오전 긴급발진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중국군은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이후 충실히 임무를 수행, 식별구역에 들어오는 외국군기에 대해 감시 및 식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군이 지난 23일 동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이후 외국 항공기에 대해 긴급발진을 했다고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중국군은 28일 수호이-35기, 수호이 30, 젠(殲)-11기, 쿵징(空警)-2000 공중조기경보기 등을 동원,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순찰비행했다고 밝혔다. 한국, 미국, 일본 등의 ‘불인정’ 움직임에 대응, 방공식별구역을 지키려고 전투기 등 군사력을 동원하겠다며 시위를 벌인 것이다.

중국은 이런 ‘군사 시위’를 벌이면서도 외교부를 통해 대화를 촉구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방공식별구역 중첩 문제는 양측간 소통을 강화해 해결해야 한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확산하자 해당 영공에 첨단 전투기를 출동시키면서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중국 지도부가 민족주의 성향이 점증하는 자국 국민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국제적 비난을 막아야한다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측은 중국의 ‘현상 변경(방공구역 선포)’ 조치를 전제로 하는 대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제공조를 호소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서해(황해)나 남중국해로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이어 한국과 일본도 방공구역 확대를 추진키로 해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갈등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방공구역 ‘시위’

중국은 미국·일본 군용기에 대한 긴급발진과 전투기를 동원한 순찰비행을 통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표시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이 군용기를 들여보내며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고 무력화 전략을 펼치자 대응한 것이다.

중국 공군은 또 선진커(申進科) 대변인 발표를 통해 방공식별구역 내 공중목표에 대한 감시 및 통제를 강화하고 다양한 형태의 공중위협에 대해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군이 높은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공중방위 안전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 군사적 대응의지를 밝혔다.

중국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전투기 등을 동원한 순찰비행과 긴급발진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필요하면 군함을 동원, 공중과 해상에서 입체적인 방공식별구역 감시활동을 시행할 것으로도 보인다.

중국은 앞서 지난 26일 미국의 B-52 폭격기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는데도 전투기 긴급발진이나 경고 등을 하지 않아 ‘종이호랑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으나 점차 대응수위를 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WSJ는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대한 의지를 국내외에 보여주려고 해당 지역의 호위 병력을 증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치·외교적 긴장감이 고조된 현재의 상황에서 이런 조치를 하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외교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대화’ 강조…일본 ‘한미일 공조’ 희망 피력

중국 친강 외교부 대변인은 29일에도 방공식별구역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이날 일본과의 방공식별구역 중첩 문제에 대해 “중국은 양국 간 소통을 강화해 공동으로 비행안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우리는 일본이 입으로만 대화를 거론하지 말고 대화를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친 대변인은 전날에도 “일본은 쌍방 간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통제하고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대화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중국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지난 28일 전·현직 일본의원들을 만나 방공식별구역에서 쌍방 군용기 간 예기치 않은 충돌사태를 피하기 위한 공중 위기관리 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화 제의는 방공식별구역을 기정사실화하고 한국,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무력화 움직임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대화를 제의하면서도 “미국과 일본이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며 방공식별구역 인정을 촉구했다.

일본은 방공구역 설정을 전제로 한 중국의 대화 제의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29일 중국 측의 대화 제안에 대해 “중국은 센카쿠를 자기 영토로 보고 (방공구역을) 선포했다”며 “중국의 주장을 전제로 한 협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노데라 방위상은 기존에 중국에 협의를 제안해온 ‘핫라인’ 성격의 유사시 해상연락 메커니즘은 공중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힌 뒤 충돌을 피하기 위한 핫라인을 협의하자는 제의를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해나가고 싶다”며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냉정하고 의연한 대응을 확실하게 해 나가겠다”며 “동맹국(미국), 주변 제국, 국제기구와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중국이 지난 23일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상공뿐 아니라 한국이 실효지배 중인 이어도 상공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가 거론한 ‘주변제국’은 결국 주로 한국을 염두에 두고 사용한 단어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에 한·미·일이 보조를 맞추길 희망한 셈이다.

◇한ㆍ중ㆍ일 방공식별구역 확대 추진

한국은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포함하자 국방부를 중심으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를 위한 정부 부처 간 협의에 착수했다. 현재 관련부처 간에 확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대략 3∼4개의 KADIZ 확대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됐다. 이 방안들은 모두 이어도를 포함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9일 “지금 단계는 어느 지점까지 확대할지, 주변국에는 어떤 조치를 취할지 등을 협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일본은 방공식별구역 범위를 태평양의 오가사와라(小笠原) 제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오가사와라 제도는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천㎞ 떨어진 곳에 약 30개 섬으로 구성돼 있으며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확대는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 확대에 대비, 낙도의 방위태세 강화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지난 23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직후 적당한 시기에 다른 지역에서도 설정할 것이라고 밝혀 서해(황해)와 남중국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외교부 친강 대변인도 27일 방공식별구역 확대 방침과 관련, “중국은 앞으로 유관 준비공작(작업)을 완성한 후에 적절한 시기에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기준으로 서해에 방공식별 구역을 설정하면 한국, 일본 등과 중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이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하면서 이어도를 포함할 경우,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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