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삼성LED를 흡수합병할 계획이다. 그룹이 5대 신수종 사업의 하나로 육성키 위해 야심차게 출범시킨 회사가 일개 사업부로 전락할 처지다.
삼성LED는 동반성장위원회가 LED조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이 크게 줄어들어 입지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이전에도 조명 사업을 추진했다가 자의반타의반으로 접어야 했다. 새롭게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LED조명으로 다시 시동을 걸었지만 중기 적합업종이란 복병을 만나 이번에도 가시밭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산 백열전구가 쉽게 깨지는 것을 보고 왜 이런 것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느냐면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에게 해보라고 했어요. 이 소식을 듣고 국내 중소 전구업체들이 청와대를 찾아가서 반대하고 해서 결국 없던 일이 됐지요."
강영식 한국조명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지난 14일 LED조명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관련해 중소기업계의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소개한 일화다. 삼성그룹은 이때 일단 물러섰지만 1990년대 들어 다시 조명사업을 추진했다.
브라운관용 전자총을 생산하던 삼성전관(현 삼성SDI)이 전자총 기술을 응용해 가로등 개발에 착수했고 절전형 형광등 생산시설 구축에도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삼성전관이 대량 생산에 나서려던 때 IMF 외환위기가 몰려 왔다. 삼성전관은 결국 1998년 미국 GE측에 생산설비 일체를 매각하고 손을 뗐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관이 GE의 한국법인인 한국GE조명 지분 45%를 보유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는데 국내에 출시되는 GE의 조명 제품에 `삼성`과 `GE`의 브랜드가 같이 사용되는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다.
삼성그룹은 2000년대 중반 LED의 부상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세번째 도전에 나설 결심을 굳힌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백열등에서 형광등으로 바뀐 기간이 짧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그룹은 창백한 이미지의 형광등이 LED조명으로 바뀌기 시작하면 내수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질 것으로 보았다. 또 세계 LED조명 시장 역시 초기인 만큼 신수종 사업으로 키워볼 만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기가 지난 2007년 10월 일반 조명용 이글레드를 내놓으면서 LED 시장 진출을 알렸다. 2008년말에는 삼성측이 한국GE조명 지분을 전부 정리하면서 GE와의 관계도 청산했다.
그리고 2009년 삼성LED가 출범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LED조명은 비싼 가격으로 인해 일반 소비자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LED의 조명 관련 매출은 미미한 편이다. 기대를 걸었던 형광등 대체형 직관형LED도 적합업종 선정으로 하지 못할 판이다. 삼성이 이같은 외부 환경을 뚫고 이번에는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 관련기사 ◀
☞삼성전자, 하반기 장애인 신입사원 공채
☞[르포]"HDD가 뭐길래"..`적막한` 용산전자상가
☞신종균 삼성 사장 "갤럭시노트 국내출시 하루라도 앞당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