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전기료 등 남은 폭탄 더 많아…3%대 물가 지키기도 버겁다

9월 소비자물가 3.7%↑…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치솟은 국제유가 석유물가 압력…폭염에 농산물 ‘껑충’
올해 물가 전망치 못 지킬 듯…추경호 “조금 높을 수도”
정부 ‘10월 안정’ 기대하지만…전문가 “상승압력 여전”
  • 등록 2023-10-06 오전 5:01:00

    수정 2023-10-06 오전 5:37:54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최정희 기자] 주춤했던 소비자물가가 국제 유가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4%대에 근접했다. 정부는 물가가 10월부터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올해 물가 목표치(3.3%)를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정부 전망의 기대와 달리 하반기에도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물가 상승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치솟은 국제유가…물가 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100)로 전년동월대비 3.7% 상승했다.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이다. 물가상승률은 2월부터 6개월 연속 둔화하고 특히 7월(2.3%)에는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안정세를 보였으나, 8월부터 다시 상승해 2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폭을 키운 것은 치솟은 국제유가다.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4.9% 내려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유지하긴 했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7월 -25.9% △8월 -11.0%에 이어 하락폭은 계속 축소되면서, 역으로 전체 물가상승률을 밀어 올린 셈이다. 석유류의 물가상승률에 대한 기여도 역시 △7월 -1.49%포인트 △8월 -0.57%포인트 △9월 -0.25%포인트 등으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에 비해 이달 오른 물가 0.3%는 국제유가에 따른 석유류 하락폭 둔화가 거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기상여건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도 전년동월대비 3.7% 올라 전월(2.7%) 대비 상승폭을 확대했다. 특히 폭염 영향이 컸던 사과(54.8%)와 쌀(14.5%) 등 농산물이 7.2%나 상승한 것이 농축수산물의 주요 상승원인이었다. 신선채소와 과일 등 계절·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을 모은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대비 6.4% 상승, 지난 3월(7.3%) 이후 가장 오름세가 컸다.

다만 주요 물가상승요인이던 개인서비스 물가는 외식물가 둔화에 힘입어 전년대비 4.2% 상승, 20개월만에 최저 상승폭을 보였다.또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제외)는 3%대 초반(3.3%)을 유지했다.

지난 3일 서울 한 주유소에 옥외가격 표시판에 1799원의 휘발유 판매가격이 보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올해 물가 전망치 못 지킬 듯…추경호 “조금 높을 수도”


국제유가 상승 등 악재를 만난 정부는 지난 7월 ‘2023년 하반기경제정책방향’ 때 발표한 물가 전망을 사실상 지키기 어렵게 됐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3.5%였던 전망치를 0.2%포인트 낮춰 3.3%로 수정했다. 이는 한국은행(3.5%), 한국개발연구원(3.5%), 경제협력개발기구(3.4%)보다 0.1~0.2%포인트 낙관적인 물가 전망이다.

하지만 8·9월 연속 3%대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미 9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 전년누계비는 3.7%에 달한다. 정부의 전망치(3.3%)와는 0.4%포인트나 높다. 거칠게 계산하면 남은 10~12월 3개월 동안 2.6%대 안팎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해야 가능한 수치로, 쉽지 않아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8월, 9월에 물가가 각각 3.4%, 3.7% 올라서 연말에 연간 전망치(3.3%)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면서 “조금 높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8%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보다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3% 올랐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4.4% 상승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최근 경제 현안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정부 ‘10월부터 안정’ 기대했지만…전문가 “상승압력 여전”


정부는 소비자 물가가 10월부터 다시 상승폭이 둔화되며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추 부총리는 “국제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다면 10월부턴 3%대 초반으로 다시 내려갈 것”이라며 “먹거리 물가도 10월 본격 출하시기가 도래하면서 다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압력을 여전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변동성이 여전한 데다 하반기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물가 상승압력을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철 한국전력 신임사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킬로와트시(kWh)당 (기준연료비 기준) 25.9원, 이 선에서 최대한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 맞는다”고 인상 의지를 드러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물가 상승압력이 약화되는 것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추석이 지났기에 조금 떨어질 가능성은 있겠지만 여전히 상당한 물가압력이 존재한다. 점진적인 금리인상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향후 물가경로에 불확실성을 크게 봤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향후 물가 전망 경로상에는 국제유가 및 환율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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