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음주 뺑소니' 잡아라…추격전 펼치는 순찰대[경찰人]

정택균 경기북부청 고속도로순찰대 경위
고속도로 지킴이…음주 뺑소니·무면허 다양
일선서 지내다 현장 '자원'…순찰대 4개월차
"순찰차에서 생활…밥 먹다 뛰쳐나가기 일쑤"
  • 등록 2023-05-30 오전 6:00:00

    수정 2023-05-30 오전 6:00:00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음주운전 차량 도주. 도주. 고속도로 구리~동서울 IC로 진입. 4개 차로 막길 바람.”

여느 때처럼 고속도로에서 근무하던 정택균(49) 경기북부청 고속도로순찰대 경위는 어린이날 아침 경기 일산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도주했단 무전을 듣고 즉시 순찰차에 시동을 걸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신 운전자 A씨가 뒤쫓아오는 순찰차와 추격전을 벌이며 사고를 내고 고속도로까지 도주한 것이다. 마침 인근에서 근무하던 정 경위는 A씨의 도주 경로를 파악하고 미리 전 차로를 막고 대기한 끝에 음주운전자를 검거했다.

정 경위는 “가족 나들이객이 많을 때였는데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며 “범인을 검거할 땐 최고 140㎞까지 달리는데, 앞에서 미리 도주차량을 기다리고 있는데 멈추지 않으면 직접 들이받아야 할 때도 있다”고 했다.

정택균(49) 경기북부청 고속도로순찰대 경위.(사진=조민정 기자)
정 경위가 근무 중인 고속도로순찰대는 차량이 쌩쌩 달리는 경기 남양주시 불암산 톨게이트 바로 옆 한편에 위치해있다. 비록 출퇴근 교통수단도 없고,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어 고속도로 영업소의 가건물을 빌려 사용하고 있지만 고속도로 위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든든한 존재다. 단순 교통사고를 넘어 음주 뺑소니, 무면허 운전을 비롯해 휴게소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도 도맡아 처리한다.

의무경찰(의경)로 근무한 뒤 1997년 순경으로 입직한 정 경위는 고속도로순찰대 4개월 차다. 일선경찰서 정보과에서 10년 가까이 ‘정보통’으로 근무해오다 “현장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25년 차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정 경위는 “17~18년 만에 오랜만에 현장에 나와서 근무하니까 돌발변수도 많고 감각도 많이 떨어진 것 같지만 현장 특유의 급박성도 느낄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순찰대 근무경력은 짧지만 지난 1일엔 음주 뺑소니범을 검거하고, 동승자의 마약 의심 여부도 포착했다. 사고를 낸 운전자가 도주한 상황에서 동승자의 진술을 듣던 정 경위는 동승자의 눈동자가 풀려 말이 어눌한 모습을 포착하고 마약 간이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 경위는 동승자를 계속 설득한 끝에 마약 간이시약 검사 동의를 받았고, 그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일선서와 공조해 서울 중랑구에서 검거한 운전자도 마약 검사를 실시했다.

정 경위는 “국과수 마약 검사 결과를 받아 보니 동승자는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했고, 운전자는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약물 복용 의심 부분은 모두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다고 한다”며 “그러나 도주한 운전자를 즉시 검거해 음주 상태를 적발하는 등 일선서와 공조한 끝에 의심되는 범죄 혐의점을 모두 밝혀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순찰대는 다른 지구대·파출소와 달리 팀 전원이 각자 구역을 나눠 근무시간 동안 순찰차에서 대기하며 자리를 지킨다. 구간별로 거리가 멀다 보니 잠깐 밥을 먹으러 간 사이에도 신고가 떨어지면 숟가락을 내려놓고 재빨리 복귀해야 한다. 정 경위는 “서로 구역이 멀어서 다른 팀원이 대신 신고 장소에 갈 수가 없다”며 “식사시간엔 가장 가까운 시내에 잠깐 가서 밥을 먹는데도, 신고가 들어와서 그냥 나간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벌써 27년 차에 접어든 정 경위는 순찰대 4개월 차지만 앞으로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달하는 멘토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정년까지 10년 정도 남았는데, 저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동안 배운 업무지식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며 “이제 막 경찰생활을 시작해 열정과 의지 있는 직원들을 보면 노하우를 많이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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