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공정위의 ‘2019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 소유현황’에 따르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활용되는 대기업집단 일감몰아주기의 규제 사각지대는 여전했다.
일감몰아주기는 총수일가 지분이 상당한 계열사에 그룹차원에서 일감 등을 몰아주면서 총수일가에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를 말한다.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를 제한하기 위해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곳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23조2를 적용해 사후 제재를 내리고 있다.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회사는 376개사로 지난해와 같았다.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 30% 미만인 상장사,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가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일감몰아주기 사각지대’로 분류한다. 사익편취규제 기준에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턱걸이 지분율’을 관리하며 그룹 지배력을 유지·확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공정위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총수일가 지분율 규제 대상을 30%에서 20%로 낮추면 된다. 국회 의결이 없어도 정부가 결정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규제 강화를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서 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장사중 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에 해당하는 기업은 29개에 불과한 반면 규제대상 기업의 자회사에 우회적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기업이 347개나 된다.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만으로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을 30%에서 20%로 낮출 수는 있다. 하지만 현행 법률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의 자회사는 규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산 5조원 미만인 회사에서 일감몰아주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공정위의 고민거리다. 당초 공정위는 상위 재벌 중심으로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강화할 경우 ‘낙수효과’가 이뤄져 중견기업에도 일감몰아주기가 근절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오히려 공정위 감시망을 피한 중견기업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별다른 변화없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큰 산이 하나 더 있다. 공정위가 처음으로 제재를 내린 한진그룹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다. 공정위는 처음으로 공정거래법 23조2를 적용한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대해 제재를 내렸지만, 대한항공측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대법원마저 대한항공측 손을 들어줄 경우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언제 내려질지 알 수는 없다”면서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고등법원에서 논란이 됐던 부분까지 감안해서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