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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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사진 오른쪽) 대통령을 향한 압박 강도를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을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를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하원 법사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백악관과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등 모두 81개 기관 및 인사에 서한을 보내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 의혹과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수사 방해 등에 대해 조사가 필요한 문서를 제출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서한을 받은 대상 기관 및 인사는 2주 내에 법사위에 응답해야 한다.
81개 기관 및 인사에는 트럼프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개인은 물론, 백악관 및 행정부에 소속됐던 전·현직 인사들, 트럼프 기업의 관계자, 친인척 등이 총망라됐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차남인 에릭,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의 이름이 먼저 눈에 띈다. 최근 청문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 비난했던 전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도 명단에 올랐으며,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보좌관, 더그 맥건 전 백악관 법률고문,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 등 과거 핵심 측근들도 모두 포함됐다. 트럼프 기업에선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앨런 와이즈버그가 명단에 들어갔으며, 트럼프 재단 관계자는 물론, 민주당 이메일 해킹·폭로 의혹에 연관된 위키리크스의 창립자인 줄리안 어산지, 이 의혹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비선 참모’ 로저 스톤도 이름을 올렸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여성 2명에 대한 입막음용 돈 지급에 관여한 아메리칸 미디어(AMI)와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데이비드 페커의 이름도 보였다.
민주당 소속 제럴드 내들러(뉴욕) 하원 법사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 2년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책임 있는 조사를 거부하면서 민주주의 제도의 훼손을 봤다”며 “의회는 반드시 권력의 남용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견제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는 사법방해, 부패, 권력남용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우리는 정보를 수집하고 증거를 평가할 것”이라고 대대적인 조사를 시사했다.
이에 공화당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백악관을 되찾기 위해 민주당의 전략으로 보고 있다. 탄핵 의제를 추구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흠집을 내려 한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하원 법사위의 서한이 백악관에 접수됐으며, 백악관 고문실 및 관련이 있는 백악관 관계자들이 이를 검토해 적절한 시기에 대응할 것”(새라 샌더스 대변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