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우조선, 생명연장 꿈 버려라

  • 등록 2016-06-23 오전 6:00:00

    수정 2016-06-23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성재 산업부장] 지난 4월 대우조선해양의 한 간부를 만났다. 사실 대우조선은 그때도 이미 사라졌어야 했던 회사다. 어떻게 생명연장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물었다. 그런데 그 간부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아직 공적자금이 1조원가량 남아 있어 걱정 없다. 올해는 조선업 경기가 조금 살아날 것으로 보여 버티다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충격이었다. 공적자금이 아직 남아 있다는 말에 놀랐고, 공적자금이 떨어지면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또 채워주겠지 하는 전혀 긴장감 없는 안일한 태도에 한번 더 놀랐다. 지난해 3조원 이상의 영업 손실에도 877억원의 임직원 격려금을 지급한 회사니 오죽하겠는가. 결국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은행이 뒷배를 봐줬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불쾌한 기분은 한동안 계속됐다.

그러던 중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올 것이 왔다. 비리와 부실, 낙하산 인사의 온상이던 대우조선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대우조선의 명운이 갈린 건 1999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우조선에 대한 채권단 공동관리가 시작되면서 조금씩 비리가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부실덩어리인 회사를 살려 보겠다고 정부는 2000년 2조 9000억원, 2015년 4조 2000억원 등 총 7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런 결정이 조선업 전체를 망하게 하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결국 저가 수주를 밥 먹듯이 해온 대우조선은 실적을 부풀리고 부실경영을 감추기 위해 1조 5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르기에 이른다.

최근 조선업계가 고강도 구조조정에 이른 것도 대우조선의 이 같은 방만경영이 가져온 결과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쯤 되면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회사를 청산하든가, 사업부별로 떼어내 빅딜을 하든가, 이도저도 안되면 퇴출을 시키든가. 그런데 이것이 대우조선만의 잘못이겠는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감시를 소홀히 하고 수수방관한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도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천문학적인 부실에 사실상 눈을 감아왔다.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조기에 적발할 수 있었는데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인사로 인해 제대로 된 감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금융위원회도 떳떳하지 못하다. 그런데도 감사원의 이런 지적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쳐 나가겠다”고만 말했다. 무슨 뜻인가. 공적자금을 계속 투입해 대우조선을 연명케 하겠다는 것인가. 7조원의 혈세를 투입했는데 아직도 미련이 남았다는 얘긴가.

오죽했으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산업은행에 대해 제기한 그간의 모든 사항을 국회 청문회에서 밝히고 앞으로 산업은행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지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까지 말했겠는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청문회를 열어 ‘금융위원회-산업은행-대우조선’의 비리 커넥션을 낱낱이 밝히고, 말초혈관까지 썩을 대로 썩은 대우조선에 대한 회생이 아닌 정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주 채권자이자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 또한 이번 기회에 대대적인 조직정비와 인적쇄신을 해야 한다. 대주주랍시고 출자한 회사의 요직에 전문성도 없는 퇴직임원을 보내 또 다른 부실을 만들어낸 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정피아의 서식지라는 오명을 조금이라도 씻어내려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채워야 한다.

국민혈세 7조원을 쏟아부었다. 지난 17년간 대우조선과 얽히고설킨 기형적인 고리를 이제는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 방만경영을 방치해온 관련자를 찾아 엄중히 처벌하는 일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여전히 권력의 그늘에 서식하고 있는 기생충 박멸을 위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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