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천안함 폭침사태가 아른거리는 봄 안개와 함께 쓰라린 기억으로 되살아난다.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북한 어뢰공격으로 침몰해 46명의 장병을 차가운 물속에 어이없이 떠나보낸 것이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고 있지만 과연 무엇이 변한 것일까.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우리들은 마음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가슴 아픈 일은 과학적인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임을 부정하는 갖은 억측들이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자체 결함으로 인한 좌초설과 미국 측 소행이라는 음모론도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심지어 세월호 사태처럼 중대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천안함 사례를 엮어 조작설이 불거지곤 했다.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불신 풍조를 말해준다.
천안함 사태 이후에도 북한은 수시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고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는 등 계속 군사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며 전쟁 분위기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도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세력들이 자꾸만 발호하고 있다. 수많은 눈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통우방인 미국대사의 목에 칼날을 서슴지 않고 겨누는 것이 종북세력의 모습이다.
안보를 책임진 군 내부의 흐트러진 기강도 한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무기 납품을 둘러싼 각종 비리는 이제 안보의 가장 큰 적(敵)으로 대두될 정도다. 육·해·공군이 마찬가지겠으나 해군은 더욱 심각하다. 최신 수상구조함이라는 통영함이 음파탐지기 결함으로 제구실이 어려운 데다 해군참모총장이 비리에 연루돼 연속 두 명이나 구속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천안함의 영령들을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천안함 희생 장병들의 묘지에 헌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의 호국정신을 기억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분단의 갈등으로 인한 비극의 눈물이 다시는 이 땅에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결의를 각자가 가슴속에 다져야 한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아물지 않는 유가족들의 상처도 서로 보듬어야 할 것이다. 천안함의 비극은 우리 모두의 상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