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늘까지 이틀간 일정으로 진행된다. 총리로서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받는 자리다. 그러나 어제 첫날의 청문회를 지켜본 결과는 너무 실망스럽다. 이미 언론사에 대한 외압 사실을 말해주는 녹취록이 보도된 데다 재산 문제와 삼청교육대 활동에 이르기까지 두루 의혹이 제기됐지만 어느 부분에 대해서도 시원스런 해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본인의 병역 문제에 있어서도 평발을 사유로 보충역 판정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아리송하다. 최초 신체검사에서는 1급을 받았고, 재검에서도 현역 입영대상인 2급 판정을 받았으나 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최종적으로 4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수도육군병원에서 신검을 받고도 “홍성에서 엑스레이가 없이 신검을 받았기에 현역 판정을 받았다”고 언급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재산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강남에서도 수준급 동네로만 이사를 다닐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하다. 두 아들도 모두 유학을 보내는 등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누렸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의도적으로 헐뜯기 위해 작심하고 물고 늘어진 측면도 없지 않지만 경찰 박봉으로 이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솔직한 답변을 듣고 싶은 것은 국민들의 심정도 다르지 않다.
물론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가 이렇듯 개인 신상문제 위주로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요즘처럼 경제난을 겪는 상황에서는 국정수행 능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총리임명을 두고 자꾸 국정공백이 길어져서도 곤란하다. 그러나 도덕적으로 명백히 흠결이 지적되는 부분에 대해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면 책임총리로서 국정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이 후보자는 이미 드러난 몇 가지 의혹만으로도 국민들의 신망을 벗어났다. “불찰과 부덕의 소치, 부주의로 국민 여러분과 언론사에 심려를 드려 대오각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이는 것만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나머지 청문절차에 관계없이 이제 공은 청와대와 이 후보자 자신에게 넘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