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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김모(50) 부장은 연말 부서 송년회를 회식 대신 뮤지컬 관람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최근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술자리 성추행 사건으로 당사자는 물론 책임자도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뉴스를 본 뒤 내린 결정이다. 김 부장은 “내가 조심해도 부하 직원이 실수하면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뮤지컬 관람 후에 음주 없이 간단히 식사만 하고 송년회를 끝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직사회에 ‘회식 주의보’가 발령됐다. 최근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등에서 성추행에 연루돼 옷을 벗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폭탄주 없는 회식, 문화 송년회 등과 같이 음주 사고를 차단하기 위한 회식들이 확산하는 추세다.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 공무원연금 개혁 등으로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이 따갑다는 점도 공무원들을 긴장하게 하는 부분이다.
인사혁신처장 “100일간 금주”
공무원 보수·인사체계 개편 등 공직사회 개혁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인사혁신처는 아예 ‘금주령’을 선포했다. 지난달 19일 취임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업무에 집중하겠다며 ‘100일 금주’를 선언한 뒤 부처 내 직원들도 술자리를 멀리하고 있다.
서울시와 각 구청들은 최근 계약직 직원들의 무기계약직(공무직) 전환과 관련, 계약직 직원들이 근무평가 부담 때문에 술자리에 배석했다가 성추행당했다고 제보하는 등 술자리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아예 회식을 기피하는 분위기다.
“남성 중심 공무원 회식문화 바뀌어야”
공직사회 내부의 자정 움직임도 확산 추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연말연시 직장 내 회식문화 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회식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말고 사전에 공유 △원하는 사람만 음주 △술 따르기, 끼워 앉히기, 블루스 등을 강요하지 않기 △ 2차는 원하는 사람만 참석하고, 강요하지 않기 등이 골자다. 공무원노조는 전국 212개 지부 10만여 명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진행 중이다.
지자체들은 연말 기강 확립 차원에서 특별감찰을 강화하고 있다. 김천시는 술자리 관련 공직기강 특별감찰에 나서기로 했고, 공주·포항시와 음성군 등도 연말연시 감찰에 나설 계획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여성 공무원들이 늘어나면서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남성 중심인 공직사회의 회식문화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기관장부터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