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짝퉁 부품으로 추락하는 원전 신뢰도

  • 등록 2013-05-30 오전 7:00:00

    수정 2013-05-30 오전 7:00:00

원전 2기에 대해 전격적인 가동중단 명령이 내려졌고, 1기는 정비기간이 연장됐다.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위조부품이 설치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기껏 1년 안팎에 지나지 않는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할 말을 잃는다. 원전기술을 해외에 수출한다는 원전 강국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지난해에도 짝퉁부품으로 인한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다. 아예 시험 평가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납품됐다는 점은 물론 안전과 직결된 핵심부품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사고가 났을 때 비상 냉각시스템을 기동하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제어 케이블조차 짝퉁이었다니 자칫 대형사고를 초래할 뻔했다. 그나마 외부 제보로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었던 게 다행이다.

문제는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될 소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추가 조사과정에서 위반사례가 더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도 간헐적인 고장과 사고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음을 기억한다. 그럴 경우 전력 공급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예년보다 미리 찾아온 무더위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려 있는 마당이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전력수요가 피크를 이루는 오는 8월 중순께는 예비전력이 200만㎾나 부족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블랙아웃의 위기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어느 원전이라도 1기만 더 삐끗해도 최악의 사태를 모면하기 어렵게 된다.

정부가 전력수급 비상체제를 가동했다지만 계산기만 두드려 가며 산업체와 일반 가정에 절전을 독려하는 방법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에너지 과소비 행태에 대해 철저한 현장 단속이 필요하며 기업체에 대해서도 여름철 휴가분산 및 공장가동 계획을 조속히 마련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여기에 무엇보다 관공서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과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혹시 원전의 운영·관리에 고질적인 비리 구조가 만연돼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런 일이 쌓일수록 원전에 대한 불신은 높아가고 원전확대 정책에도 제동이 걸리기 마련이다. 원전부품 인증서에서 시험 결과까지 조작하는 나라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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