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회사가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위해 직급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기 때문이다. 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5개 직급은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통일됐다.
이제 허재훈 씨의 직급은 `허 대리`가 아니라 `허 매니저`다. 갓 입사한 25살의 사원 역시 `매니저`로 불리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 기업 문화의 주요한 특징인 연공 서열에 따른 직급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SK텔레콤이 작년 10월 직급제를 폐지한 것을 예로 들면서 조직 문화의 빠른 변화를 소개했다.
아이디어와 혁신에 중점을 두는 서구 기업과 달리 아시아 기업은 전통적으로 서열과 형식을 강조해 왔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은 최고경영자(CEO)의 의사 결정에 절대 복종하는 고유의 방식으로 최고 수준의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이는 모든 남성이 군 복무를 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연장자를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이 결합한 결과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서열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한 공식적인 벌은 없지만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압도적이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도 같은 이유에서 직급제 개편을 단행했다.
휴대폰이 일반화한 지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SK텔레콤은 매년 10억달러씩의 매출 증가를 이뤄냈다. 하지만 2003년 이후 성장 속도가 느려져 연간 매출 증가규모가 기존의 절반 수준인 5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이에 2년 전부터 SK텔레콤 경영진들은 직원들로부터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구하기 시작했다. 직급제 개편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졌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새로운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직원들은 다른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 SK텔레콤 인력개발부의 임규남 매니저는 "과거에는 누가 승진하면 그 기념으로 주위 사람들이 술을 얻어먹을 기회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럴 일이 거의 없다"며 "내 친구들은 이를 섭섭해 한다"고 털어놨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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