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 (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네이버웹툰 ‘똑 닮은 딸’최근 방영된 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혹시 딸이 살인자가 아닐지 고민하는 아버지의 내용을 담아 화제를 모았다. 전통적인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뒤흔든 설정이어서 자극적이긴 했지만 신선했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똑 닮은 딸’은 반대의 경우다. 어머니가 살인자가 아닐지 의심하는 딸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통적인 어머니의 이미지를 사이코패스라는 끔찍한 설정으로 삼아 독자들의 흥미를 돋운다.
웹툰 초반부엔 주인공 소명의 어머니는 눈빛만 나온다. 얼굴 표정이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건 중반부부터다. 살인자로 여겨지는 어머니의 표정과 심리를 철저히 감췄다가 중후반부터 등장시킴으로써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한다. 소명은 동생과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죽임을 당한 것으로 인지하고 이를 파헤치기 위해 철저하게 완벽한 딸을 연기한다.
소명과 어머니는 형식은 모녀지간이지만 본질은 철저하 지배·피지배 관계다. 완벽하게 자신을 닮아야 하는 딸 소명에게 성적부터 행실까지 모든 것을 강요한다. 소명은 어머니를 두려워하지만 어머니를 이기기 위해 나름대로의 복수를 꿈꾼다. 웹툰 이 과정을 상당히 긴장감 있게 잘 표현한다.
사이코패스의 어머니 성향을 잘 묘사한 것도 몰입도를 높인다. 어머니는 소명의 친구들에게까지 마수를 펼쳐 그들의 약한 마음을 조종한다. 완벽한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어머니는 이 웹툰의 핵심이다. 어머니의 살인을 뒤쫓는 소명의 분석 과정도 재미가 있지만 이를 자신의 손바닥 안에 놓인 것처럼 꿰뚫어 보는 어머니는 절대장벽으로 묘사된다.
‘똑 닮은 딸’은 이담 작가가 2021년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현재도 월요웹툰 최상위권을 이어가고 있다. 작화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미묘한 심리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작화와 스토리 전개 모두 몰입도가 높다. 이 웹툰은 2020년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다. 이어 지난해 SC웹툰어워즈,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만화부문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 올해 오늘의 우리 만화상까지 주요 상들을 석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