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대학로의 여러 소극장을 비롯한 서울 시내 많은 공연장에서 올라가는 연극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웰컴 소극장’은 개막을 앞두거나 현재 공연 중인 연극 중 눈여겨볼 작품을 매주 토요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연극 ‘밀정리스트’ (9월 4~15일 씨어터쿰 / 극발전소 301)
1929년 경성의 은신처. 의열단 단원 최태규, 신화진, 김명순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의열단원 김충옥과 정설진이 등장한다. 이들은 권총 4정과 탄알 800발, 폭탄 4개와 모금명단을 갖고 상해에서 경성까지 검문을 피해 넘어왔다. 의열단은 은밀히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과 사이토 일본 총독 암살을 준비한다. 그러나 계획은 실패한다. 김충옥은 의열단 안에 밀정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는데…. 정범철 작가가 수많은 밀정이 독립운동가로 둔갑해 현충원에 안치돼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집필한 작품. 김성진이 연출하며 배우 류선규, 윤관우, 류지훈, 박수연, 장희재, 명인호, 오문강, 김동건, 이나경, 조승민, 김남호, 이준호가 출연한다.
◇연극 ‘죽음과 소녀’ (9월 6~15일 극장 봄 / PIGMENT834, 극단 더늠, 극단 무아지경)
15년 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 독재가 이어지던 어느 날, 거리를 걷던 빠울리나는 납치돼 지하실에 감금돼 온갖 고문을 당하고 풀려난다. 군부 정권이 물러나고 빠울리나는 변호사인 남편 헤라르도와 가정을 꾸려 살아간다. 헤라르도는 대통령에게 전보를 받고 군부정권에서 자행된 범죄 피해 조사 위원장으로 지명된다. 헤라르도는 별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가 고장나고, 그 옆을 우연히 지나가던 로베르또의 도움을 받고 감사의 표시로 그를 초대한다. 빠울리나는 로베르또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가 자신을 고문한 의사임을 확신하게 되는데…. 칠레계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희곡을 차지성 연출이 무대에 올린다. 배우 신정은, 이진샘, 허동수가 출연한다.
◇연극 ‘시뮬라시옹’ (9월 4~15일 여행자극장 / 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
2034년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10년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자율주행 비행기 사고로 아내를 잃은 선욱이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통해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아내 상아와 재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가상의 경계, 사랑과 상실, 기술 발전에 따른 인간관계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최양현 작가, 이태린 연출 작품으로 송철호, 신사랑, 유연, 안창현, 임지영, 송예준 등이 출연한다.
◇연극 ‘라이어게임’ (9월 6~15일 예술공간 혜화 / 그린피그)
‘라이어게임’은 어떠한 사회 현상을 명명할 때 사용자의 의도가 담기는 것으로 시작된 작품이다. 교제 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의 폭력을 일컫는 ‘교제폭력’을 소재로 한다. ‘교제폭력’은 실제로는 ‘데이트폭력’으로 더욱 많이 불리지만 단어의 뉘앙스에서 주는 낭만성을 제거하고자 대체어로 등장한 사례다. 작품은 TV 예능 프로그램 형식을 빌려 온다. 게임 진행 과정을 통해 역사의 언어와 명명에 대해 은유한다. 김지은 연출, 그리고 배우 박수빈, 윤자애, 정나무, 최지현이 공동 창작했다. 그린피그의 월간 역사 연극 프로젝트 ‘역사시비(歷史是非, 또는 역사12)’ 아홉 번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