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불안 여전한데 '유가·환율' 출렁…'하반기 2%대 물가 목표' 경고등

이란-이스라엘 충돌 일파만파…중동 우려↑
환율 1년 5개월만에 1400원대 '터치', 당국 '구두개입'
과일값 여전히 작년보다 높은데…유가·환율 부담 더해져
"중동사태 잦아들지 않으면 유가 더 올라, 정책 한계"
  • 등록 2024-04-17 오전 5:00:00

    수정 2024-04-17 오전 5:00:00

[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고조되며 ‘중동 리스크’가 재차 부각, 국제 유가와 환율이 출렁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 2~3월 연속 3%대 물가상승률의 주범이었던 사과 등 과일 가격까지 복병인 만큼 ‘하반기 2%대 후반 수렴’이라는 정부의 물가정책 목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주말 사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 가능성이 불거지며 국제유가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5일(현지시간)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25달러 내린 배럴당 85.41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이미 올해 들어 20%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브렌트유는 이미 5개월여만에 배럴당 90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확전 우려까지 겹치며 시장에서는 100달러를 넘어 120~13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여기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불거지며 환율 역시 요동치고 있다. 16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5원 오른 1394.5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 1년 5개월만에 1400원대를 찍었다. 이에 오후 들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공동 명의로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과 외환수급에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고유가와 고환율이 수입 가격에 부담을 주고, 곧 물가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두달 연속 3%대 물가상승률을 보인 가운데 지난달 물가 상승률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신선과실과 더불어 석유류였다. 3월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1.2% 올랐는데, 석유류 가격이 오른 것은 지난해 1월(4.8%) 이후 14개월 만의 일이다. 석유류의 전체 물가 상승률 기여도 역시 0.05%포인트로 플러스 전환했다.

그간 고물가 주범이었던 과일값도 정부의 지원 덕에 소매 가격은 다소 안정됐지만 여전히 작년보다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사과 10개(후지·상품)는 2만7120원으로, 전월 대비 7.75% 내렸지만 여전히 지난해와 비교하면 10% 높은 수준이다. 올해도 이상기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재배면적 감소 등 구조적 원인을 고려하면 공급을 결정짓는 작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3.1%를 물가 정점으로 예상하고 하반기부터 2%대 수렴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국제유가 상승분이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이달 물가 상황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중동 사태가 더욱 악화된다면, 향후 물가 흐름은 물론 금리 정책에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게 된다.

정부는 이에 지난 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9번째 연장 결정하고, 민생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과실과 마찬가지로 유가 역시 공급 측면의 문제인 만큼 정부의 개입 역시 한계가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반기 신속집행 기조를 유지하는 한 하반기에는 물가 안정을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정책적 카드도 제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사태가 악화되면 유가는 더욱 오를 수 있는 만큼, 정부의 대응보다 중동사태가 얼마나 빨리 해결될지가 물가에 훨씬 중요하다”며 “유류세 인하 역시 한계가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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