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통제에 치안감 인사 번복까지…‘사면초가’ 경찰[사사건건]

행안부 권고안 발표 후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 불거져
경찰 "실수, 의사소통 미흡" 해명…尹 "국기문란" 질타
연쇄살인범 권재찬, 1심서 사형 선고…2년 7개월 만
'신변보호 女가족 살해' 이석준·막대기 살인건 모두 항소
  • 등록 2022-06-25 오전 8:40:02

    수정 2022-06-25 오전 8:40:02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경찰 조직이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습니다. 행전안전부가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한 날 공교롭게 경찰 고위직인 치안감 인사가 2시간 만에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가 불거진 탓인데요. 심야 시간대에 인사를 단행한 것도 이례적인데 번복 논란에 대한 해명도 여러 차례 바뀌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탓에 임기가 한 달 남은 김창룡 경찰청장의 ‘용퇴론’도 안팎에서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치안감 인사 번복’을 “아주 중대한 국기 문란”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이 커지면서 새 정부 이후 ‘경찰 길들이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번 주 사사건건 키워드는 △경찰 치안감 인사 논란 일파만파 △2년 7개월 만에 1심에서 사형 선고 △무기징역, 징역 25년 ‘양형부당’에 잇단 항소입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
경찰 통제 강화 권고안 발표 후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지난 21일 경찰 통제 강화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행안부 산하에 경찰 지원 조직, 이른바 ‘경찰국’ 신설과 함께 행안부가 경찰지휘·인사·징계·감찰 권한을 갖도록 했습니다.

경찰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독립 외청인 경찰권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침해할 수도 있다며 1991년 폐지 이후 31년 만에 ‘경찰국’ 부활은 치안본부 시대로 회귀하는 결정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정부의 경찰 통제 강화 추진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날 치안감 인사 번복으로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7시쯤 경찰은 경찰 내부망과 언론에 치안감 28명의 인사안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행안부에 파견된 치안정책관이 “인사안이 잘못 나갔다”고 경찰청 인사과장에게 연락했고 경찰은 오후 9시 34분, 7명 보직이 바뀐 다른 인사안을 다시 발표했습니다.

번복 경위를 두고 행안부와 경찰청이 서로 다른 말로 해명하고, 대통령은 결재가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인사안을 공지했다며 ‘국기문란’으로 질타했습니다.

모두 이번 인사 번복 사태를 경찰 책임으로 결론짓는 분위기 속에서 여전히 석연찮은 구석이 많습니다. 왜 행안부 담당자가 처음 잘못된 안을 보냈는지, 이임식을 할 여유도 주지 않은 채 다음날 오전 9시 자로 서둘러서 발령을 냈는지 등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 내부에선 벌써 ‘보이지 않는 손’이 경찰 조직에 개입됐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터져 나옵니다. 경찰은 공식적으로는 일단 침묵 상태를 지키고 있습니다. 책임론에 반기를 들자니 대통령과 맞서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4일 아침 출근길에서 밝힌 용퇴론에 대해 김 청장은 “대통령 말씀에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히 않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지난 23일 퇴근길에서는 거취에 대한 질문에 “거기에 대해 현재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직에 연연해서 청장의 업무를, 해야 할 역할을 소홀히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50대 남녀를 연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권재찬이 2021년 12월 14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인천 미추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권재찬은 인천 미추홀구 한 건물 주차장에서 5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뒤, A씨의 신용카드로 수백만 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씨의 시신 유기를 도운 50대 지인 B씨를 살해해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사진=뉴스1)
‘연쇄살인범’ 권재찬, 1심 사형 선고…실제 집행 가능성은

평소 알고 지낸 중년 여성을 살해한 뒤 금품을 빼앗고, 시신 유기를 도운 공범마저 숨지게 한 권재찬(53)이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것은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을 저지른 ‘안인득 사건’ 이후 2년 7개월 만입니다.

법원은 강도살인 등 범행으로 복역하고 출소한 지 3년 8개월 만에 이번 사건을 저지른 권씨가 재차 살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실제 권재찬은 실제로 수차례 강력범죄를 저질러 1991년 이후 대부분 교도소에 수용된 상태로 생활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교화 가능성이나 인간성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며 “사형이 피고인의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해 형법상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한다”고 밝혔습니다.

권재찬이 범행 수법 관련 내용을 사전에 검색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던 점,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후회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도 사형 선고의 주된 논거가 됐습니다. 현행법상 가석방이나 사면 등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이른바 ‘절대적 종신형’이 도입돼 있지 않아 무기징역이 개인의 생명과 사회 안전의 방어라는 점에서 사형을 온전히 대체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형 집행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우리나라는 25년째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교정시설에 수감 중인 사형수는 총 55명, 군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형수 4명 등 총 59명입니다. 사형제는 12년 만에 위헌 심판대에 올라 폐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다음 달 14일 사형을 형벌로 규정한 형법 제41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공개 변론을 열 예정입니다.

한때 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이 2021년 12월 1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
‘신변보호 여성 가족 살해’ 이석준 1심 무기징역에 쌍방 항소

이번 주 1심 재판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 사건, 직원을 막대기를 사용해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한 스포츠센터 대표 사건 등입니다.

이석준에 대해 법원이 무기징역형을 선고하자 지난 24일 검찰과 이씨 측 모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며 “살인 이전의 강간 범행만으로도 죄질이 매우 나쁜데, 그 가족을 상대로 잔혹한 범행을 저질러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 극히 예외적인 경우인 만큼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직원을 폭행하고 70㎝ 길이 막대로 찔러 숨지게 한 한 혐의로 스포츠센터 대표가 1심에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검찰과 피고 측 모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의 내용과 방법이 매우 엽기적이고 잔혹하다”면서도 “계획적인 살인은 아니다”라며 징역 25년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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