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많은데 또 입주…'부·울·경' 금융부실 우려

건설산업연구원 '지역 부동산시장 리스크 진단 연구' 간담회
전국 미분양관리지역 부·울·경 지자체에 집중
수도권 다음 가계대출 비중 높아
대출조정프로그램 등 정책 필요
  • 등록 2019-10-08 오전 4:00:00

    수정 2019-10-08 오전 10:16:22

부산과 울산, 경남의 미분양 추이와 아파트 매매값 연간 변동률(그래픽=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제조업 침체 충격이 여전한 경남 지역 부동산 시장을 방치할 경우 자칫 저축은행사태처럼 지방발(發)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로 연관산업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의 관심이 모두 수도권 주택시장에 쏠려 있는 사이 지방은 계속 나락으로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은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연 ‘지역 부동산시장 리스크 진단 연구’ 간담회에서 “지방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주택시장도 악화되고 있는데, 현재 금융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분양 관리지역을 중심으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남·충청도, 집값 40개월 이상 하락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경남과 경북, 충북, 충남은 40개월 이상 내림세가 지속했고 부산과 울산, 제주와 강원, 전북은 20개월 동안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 경고등이 가장 크게 들어오고 있는 지역은 부산과 울산, 경남 등 이른바 ‘부울경’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전 고점 대비 부산 10.1%, 울산 17.8%, 경남 21.1% 하락했다. 아파트 시세기준 최고점 대비로 경남 거제시는 34.6% 떨어졌고 창원시 의창구는 22.6%, 울산 북구 22.5%, 경북 포항시 북구 22.6% 내렸다. 1억원 짜리 집이 있었다면 3500만~2200만원 정도가 하락한 셈이다. 최근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에서 신고가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과는 정 반대다.

아파트 가격 하락 외에도 주택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히는 미분양 아파트 역시 부울경에 집중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총 6만2385가구다. 이중 경남의 미분양주택은 1만4078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관리지역 선정에서도 부울경 지자체의 선정 비율이 높았다. 지난 8월 기준 부울경의 미분양 관리지역은 부산 사하구·영도구·진구·기장군, 대구 달성군, 울산 남구, 경남 양산·통영·김해·사천·거제·창원 등 총 12곳이다. 같은 경북권으로 확대하면 경북 경산·영천·구미·김천·경주·포항도 포함됐다. 전체 32곳의 미분양 관리지역 중 부울경과 경북권의 비율이 56.25%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울경 지역의 입주 아파트는 올해를 기점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2016년 공급한 8만3000가구의 준공이 올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미분양 주택이 있는 상황에서 입주 아파트의 증가는 전체적인 공급 과잉을 불러일으켜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악재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지방 LTV 56.2%…제2의 저축은행 사태 날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울경 지역의 주택시장 리스크가 해당 지역의 금융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 실장은 “부울경 지역의 어려운 산업 경기 상황과 주택 경기의 악화가 가계 연체율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금융 리스크를 촉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지방의 경우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짓거나 혹은 주택담보 대출을 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도권은 평균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이 49.4%로 하향 안정세지만, 지방은 주택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오히려 평균 LTV가 상승(56.2%)하면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울경의 가계대출은 수도권 다음으로 많아 전국 대비 비중이 13.6%에 달한다. 여기에 울산과 경남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7년 1.55에서 올해 1.75%까지 상승했다. HUG의 분양보증사고 금액도 지난 4월 기준 경남이 2022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허 실장은 “부·울·경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제 완화,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이 외에도 기존 주택소유자 대출 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부동산 투자 자금을 지방으로 유인해 리스크를 분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원장은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문제에만 집중하다 보니 주택시장 침체로 지방의 경기와 가계, 기업 모두 어려운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지방의 어려움을 제대로 인식하고 금융 리스크로 옮겨가기 전에 부울경 등 미분양이 많은 지역에 대해서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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