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수렁에 빠진 美…다우 3%대 폭락

[뉴욕증시] 12년만의 '2년·10년' 국채금리 역전 현실화
옐런 전 연준의장 "이번엔 다르다" 했지만…영향 미미
주요국 지표 불황 부채질…트럼프 금리인하 압박 재개
  • 등록 2019-08-15 오전 6:42:31

    수정 2019-08-15 오전 6:42:31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채권시장 발(發)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다시 엄습하면서 뉴욕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14일(현지시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800.49포인트(3.05%) 폭락한 2만5479.42에 거래를 마쳤다고 밝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85.72포인트(2.93%)와 242.42포인트(3.02%) 추락한 2840.60과 7773.94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10년물 국채금리(수익률)가 1.619%까지 떨어지면서 2년물 미 국채금리(1.628%)를 밑돈 것이 결정적이었다.

올해 초 미 3개월물 금리와 10년물 금리가 역전한 바 있으나,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물을 대표하는 2년물 금리가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보다 높아진 건 2007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미국은 이 금리역전 이후 1년여 만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2년·10년물 금리역전은 지난 1978년 이후로 모두 5차례 발생했고, 이후 예외 없이 모두 경기침체를 겪었다. 침체 시기는 6~18개월 범위로, 평균 22개월이었다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은 전했다.

이처럼 금리 역전 현상은 불황의 조짐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자칫 세계 경기를 떠받들고 있는 미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셈이다.

월가(街)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26.14% 급등한 배경이다.

주요국의 경제지표 부진도 ‘R의 공포’를 부채질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펴고 있는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작년 동월 대비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02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독일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1% 감소하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번 금리 역전은 과거와 다르다는 반론도 나왔지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재닛 옐런 전 의장은 “수익률 곡선 역전을 신뢰하는 게 이번에는 잘못일 수 있다”며 “장기 국채수익률 하락은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의 기대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있기 때문에 이번 역전은 과거보다 덜 정확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금리 역전 현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對)연준 금리인하 압박 소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미친 수익률 곡선 역전”이라며 “우리는 쉽게 큰 성과를 거들 수 있는데 연준이 뒷다리를 잡고 있다”고 연준에 대한 맹공을 재개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너무 빨리, 너무 빠르게 금리를 올렸고, 이제는 너무 늦게 금리를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격탄을 맞은 은행주는 최대 피해자로 전락했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체이스는 각각 5.3%와 4.7%, 4.15% 폭락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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