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법무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발표에 곤두박질 치다 올라오는 X코인.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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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하아~’ 300만원을 넣었는데 183만원이나 떨어집니다… ….
수익율은 마이너스 61.19%. 슬금슬금 오르더니 저점을 찍은 지 5시간여 만에 전날 수익률만큼은 회복했습니다. 마이너스 24.77%. 평가손익은 75만원을 손해 본 225만원.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선언한 11일 정오부터 오후5시까지의 이야기입니다. 투자 시작 사흘째. 이날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한 곳인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약 1400만원선까지 갔다가 2100선까지 찍기도 했죠. 말 그대로 ‘롤러코스트장’ 이었습니다. 제가 투자 시기를 잘못 잡은 걸까요. “가즈아~?”
| 암호화폐 정보교류 카카오톡방에선 투자자들이 정부에 항의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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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기자는 암호화폐에 투자했습니다.(거래소 회원가입은 지난해 11월에 했습니다. 현재는 신규회원 가입 및 입금이 막혀있습니다.) 거액(300만원)을 넣었습니다. 그래야 관여도가 커지니 저 스스로 감정변화를 잘 파악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주변서 다 돈을 벌었다고 하고 오를 거라는 믿음이 강했기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어쨌든 큰돈을 넣고 일주일을 살펴봤습니다. 코인판에선 일주일이면 중투, 한 달이면 장투로 보는 분위기였습니다. 장이 24시간 돌아가고 등락폭 제한이 없기 때문인 듯합니다. 일주일이면 ‘중투’ 정도겠지요.
선택한 코인은 X코인(가명)입니다. 투자 배경은 이렇습니다. 백서(일종의 투자설명서)를 보니 ‘암호화 메시지 시스템’ ‘블록체인 기반 예금 기능’ ‘분산화된 P2P 네트워크 사용처리 비용 0’ 등의 내용이 나옵니다. 주로 블록체인의 핵심기술인 ‘보안’ 기술에 방점을 찍은 기능을 나열한 듯합니다. 다만 무려 14장짜리 영어로 쓰인 백서, 요약본도 있으니 투자 시 읽어 봅니다. 이런 백서를 보고 최소한 스캠(속임수) 코인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짐작만 할 수 있습니다. 백서가 없거나 내용이 부실한 코인도 많기 때문이죠.
| 14페이지에 달하는 X코인 백서.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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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주인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중·대형주들이 급상승하다보니 투자자들이 신생 암호화폐로 몰리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모든 코인이 다 오르는 상황에서 투자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려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듯합니다. 그래서 저도 알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코인들)를 선택했습니다. 단기간 수익률은 높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코인투자에선 호재파악이 중요해 보였습니다. 코인판의 호재, 즉 하드포크(기능이 업그레이드된 코인이 또 분할), 에어드롭(코인 보유 수량 대비 다른 코인 지급), 해당코인 창시자의 주요사업 계획 발표 등의 시기가 임박한 코인들은 급등했습니다. 호재 날짜를 파악해 미리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호재 정보는 해당 코인의 SNS(트위터)를 통해 알려집니다. 암호화폐 포털사이트 내 카페에서도 호재정보를 정리한 글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속임수도 있으니 반드시 해당 코인의 백서나 트위터 정보를 함께 체크해야 합니다. 대부분 호재 이후에는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더군요.
| 암호화폐 카페에 떠도는 호재정보. 거짓 정보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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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대장주입니다. 암호화폐계에선 기축통화격입니다. 비트코인의 시세를 보고 전체 장의 흐름을 판단합니다. 이를테면 비트코인이 급등하면 알트코인은 순간 하락을 거듭하다 비트를 따라 갑니다. 그러다 비트코인이 급락하면 모든 알트가 동시에 하락하고 그중 암흑코인이라는 ‘완전 익명거래 추구’ 코인(대시·제트캐시·모네로)들이 떠오르죠. 알트코인은 사실 비트코인이 어느 정도 횡보해주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코인판에선 알려져있습니다.
X코인에 투자하고는 ‘빨간불’은 못 봤습니다. 전 주 한국프리미엄이 50%를 넘을 정도로 호황이었던 장이 일주일 정도 이어갔고 그 뒤 조정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많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투자한 탓이라고 봅니다. 보통 한국 프리미엄이 30% 이상을 넘어가면 조정이 한 번씩 왔습니다. 한국프리미엄은 해외 시세보다 우리나라 시세가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투자 열기가 거세다는 의미일 수도 있죠. 이번 하락은 물론 정부발 악재도 있었습니다.
| 지난 11일 거래소 업비트의 암호화폐 전일대비 등락률. 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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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투자한 X코인의 일별 시세를 보면 평단가는 131원. 그러니까 8일 투자 첫날 매수 단가가 131원이었고 이후 9일 116원 → 10일 85원 → 11일 90원 →12일 82원 등 연일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손절매도’를 해야 할지 더 버텨봐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자신이 투자한 코인에 대한 가치, 그 믿음이 없으면 손절은 쉽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코인 투자는 원금을 잃을 위험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나흘을 버텼지만 잃기만 합니다. 물론 많은 수익을 거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합니다. 감정 기복은 첫날 급등락을 반복할 때 크게 있었지만 이후 ‘두고보자’는 심정이 되니 편안해 집니다.
현재 빗썸, 업비트, 바이낸스 등의 거래소에는 수백여종의 코인이 상장돼 있습니다. 이들 코인 중 어떤 코인은 끝까지 살아남아 그들만의 생태계를 구축, 상용화의 길을 걷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코인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코인이 어떤 것인지는 누구도 모를 겁니다.
그러니 최소한의 가치투자를 위해선 어떤 코인인지, 무엇에 쓰일 예정이고 기업 등과의 협력 등 진척상황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연구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모든 투자가 그렇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