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청년 3인이 보는 스타트업 그리고 2017 (상)

  • 등록 2017-01-29 오전 5:00:00

    수정 2017-01-29 오전 5:00:00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반면 벤처펀드 조성액은 3조1998억원을 기록해 최초로 3조원에 진입했다. 벤처투자액도 2조1503억원으로 2015년(2조858억원) 대비 3.1% 증가했다.

자의 반 타의 반 청년 창업이 우리 경제의 미래로 떠오르고 있다. 민족의 대명절 설을 맞이해 임수정 비즐링 대표, 박준홍 핸드허그 대표, 최홍우 카모니 대표 등 청년 창업자 3명에게 창업생태계부터 우리 사회 청년으로서 이야기 등을 이틀에 걸쳐 담아본다.

사진 왼쪽부터 임수정 비즐링 대표, 박준홍 핸드허그 대표, 최홍우 카모니 대표. (사진=노진환 기자)
-지난해 청년 창업·스타트업생태계를 되돌아 본다면

△ 임수정 비즐링 대표(이하 임) : 정부지원사업쪽으로만 보면 체감상 재작년보다 지난해가 더 어렵게 느껴졌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 창업자들과 이야기해봐도 비슷한 반응이다. VC(벤처캐피탈) 같은 경우는 다이렉트로 컨택하려 하면 만나기 힘들었다. 저는 금융회사 투자를 통해 연결 받았었다.

박준홍 핸드허그 대표(이하 박) : 저는 오히려 모바일(앱) 기반 서비스가 아니었기에 투자받거나 매출 발생하는 게 수월했다. 앞으로 비즈니스 모델(BM)을 정교화하는 게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 저희 같은 경우는 역제안도 받았다.

최홍우 카모니 대표(이하 최) : (2000년 초반 이후로) 벤처창업 붐이 다시 일어난 게 4~5년 됐을 거다. 실제로 성과를 보이는 기업이 적어서 그런지 서비스업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것 같다. 아마 O2O(온·오프라인 연계) 쪽에서 수익이 제대로 나는 기업이 없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정부지원 쪽은 알게 모르게 브로커들이 활동하는 것 같다. 사업보다는 지원금에만 관심 있는 부류인데 정작 사업을 하려는 청년들에게 피해만 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가장 어려웠던 것이 있다면

△ 최 : 저는 규제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실제로 ‘헤이딜러(온라인 중고차 경매어플)’ 같은 경우 지난해 합법과 불법을 오고 갔다. 정부에서 지난해 ‘청년창업 규제완화’에 대해 집중했는데 실제로 체감되지 않는다. 아시는 분도 서비스 한 달 만에 신고가 들어와서 사업을 접은 경우도 있다.

박 : 저희는 서비스가 아니라 실제 상품매출이다 보니 즉각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게 어려웠다. ‘IP(지식재산권)홀더’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초기 기업이라 레퍼런스(평판)도 없었고… 이런 부분을 설득해가는 과정이 어려웠다. 2015년 8월에 회사가 생겼다. 처음 계약을 맺은 게 2016년 2월이었다. 반년 정도는 개점휴업 상태였는데 그 시간이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그 기간 중 공동창업자가 결혼도 하고 아버지가 됐다. 저도 그렇고 그 친구도 그렇고 돈이 없어 정말 고생 많이 했다. 오죽하면 “(은행가서) 적금 깨고 올게요”가 일상적인 대화가 되겠나. (웃음)

임 : 서비스를 시작한 지 4개월 째다. 이곳저곳에 제안을 하다 보면 거절을 부지기수로 당한다. 이런 게 계속 쌓이다 보면 심적으로 힘든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임수정 비즐링 대표. (사진=노진환 기자)
-창업에 나선 이유가 궁금하다

△ 임 : 대기업 면접까지 올라갔는데 잘 안됐다. 작은 디자인 에이전시가서 경험도 쌓았지만 꿈을 실현하기 어려웠다. 보통 중소기업(원청) 대표 같은 경우는 디자인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디자인 취향을 고집한다. 제 자신이 퇴화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자괴감까지 든 경우가 있었다.

박 :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사업보국(事業報國)’을 하고 싶었다. 두 번째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라고 할 때 ‘콘텐츠’라는 답이 나왔다. 저는 창업 전까지 삼성전자(005930) 기획팀에서 근무했다. 입사할 때는 IT(정보기술)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들어와 보니 이미 구조화돼 있었고, 제 전문분야로 택하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최 : 어렸을 때부터 창업을 꿈꿨다. 자동차 부품이나 기계 쪽으로 창업을 하고 싶었는데 실상 대학에 들어가니 꿈과 현실은 달랐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우연히 사업계획서 공모전에 나가보자고 했다. 그때가 2012년이었다. (당시에는 없던) 카카오택시와 같은 모델로 국제대회 나가서 상도 탔는데 굉장히 재미있었다. 사업을 한다는 것이 곧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실패와 취업을 거쳐 지금 카모니를 창업하게 됐다.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가족 반응은 어땠나

△ 최 : 난리가 났다. 아버지는 사업을 쭉하셔서 괜찮았는데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다.

임 : 딱히 반대가 없었다. 주변 창업자들을 만나 얘기해보면 주변에서 극심하게 반대했다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저는 아버지도 회사 다니시다가 본인업을 하고 계신다. (‘예술 전공이 창업과 멀어 걱정 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학은 사실 인생에서 긴 기간은 아니다. 앱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디자인에도 도움된다.

박 : 퇴사를 결심하고 바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크게 반대 하진 않았다. 대학을 다니면서 하고 싶은 걸 많이 하고 살았던 걸 아시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퇴사를 결심하고 안 하던 ‘혼술’까지 하게 됐다. 부모님도 충분히 이해해주셨던 것 같다.

최홍우 카모니 대표. (사진=노진환 기자)
-스타트업계에 있으면 특이한 사람도 간혹 볼 것 같은데

△ 임 : ‘네트워킹 어플’을 운영하다 보니 모임을 많이 다녔다. 보통 ‘스타트업 한다’, ‘창업한다’ 이러면 경계를 허물게 된다. 그러던 중 다단계 모집책을 만났다. 서비스 설명도 시켜주고 팀원들 공간도 보여주겠다고 해서 따라갔더니 다단계 사무실이었다. 몇 시간 교육 듣다 바로 나왔다.

최 : 능력자들이 많은 것 같다. 예를 들면 제가 아는 창업자는 정부지원을 다섯번이나 받았다. ‘어떻게 다섯번이나 받지? 대단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최순실’

△ 임 : 이전 입주해 있던 곳이 cel(문화창조융합벨트)이다. 최순실 작품이다. 90여개 기업이 꿈에 부풀어 창업 생태계에 들어왔다. 그런데 지원금 배분이나 입주 과정에서 차은택이 투자한 회사들이 혜택을 많이 받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다른 기업 입장에선 ‘우리는 들러리였나’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저는 초기 입주기업으로 들어갔는데 다른 사람도 그렇고 cel 입주 관련 내용을 명함에서 뺐다.

최 : 창업쪽 관련해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해 말이 많았다. 다만 그 자체만으로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많은 도움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최순실 때문에 이런 지원들을 없애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박 : 정치·사회적으로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사회가 굉장히 발전하고 체계가 잡혔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에 분노도 하고 아쉬웠다. 이참에 그런 과정이란 구조를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임수정 대표가 소개하는 비즐링 : 비즐링은 ‘모임기반 명함교환 앱 서비스’ 입니다. 콘퍼런스, 행사, 모임의 참석자들끼리 쉽고 편리하게 명함교환을 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꼭 필요한 사람끼리 선택적으로 네트워킹 할 수 있으며, 실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더라도 비즐링을 통해 온라인 명함교환 및 네트워킹이 가능합니다. 비즐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비즈니스를 연결합니다.

박준홍 대표가 소개하는 핸드허그 : 핸드허그는 ‘콘텐츠 상품화 기업’입니다.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IP 홀더들이 직접 IP를 상품으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핸드허그는 콘텐츠를 분석해 기획, 디자인, 생산, 유통에 이르기까지 IP를 상품으로 만드는 전반의 과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KBO 9개 구단, 보노보노와 심슨 등의 캐릭터, 유명 연예인을 비롯한 20개의 파트너사들과 함께 하고 있으며, 최근 코그니티그 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핸드허그는 콘텐츠를 상품으로 만들어 고객들에 전달합니다.

최홍두 대표가 소개하는 카모니 : 카모니는 P2P 카쉐어링 서비스입니다.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이웃에게 공유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공유경제 서비스입니다.

(30일,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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