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부동산 규제 후폭풍…희비 엇갈린 주택시장

정부 부동산 규제에 주택시장 '희비'
강남 재건축 시장 2주새 아파트값 6000만원↓
전매제한 비켜간 지역 아파트 수천만원 웃돈
재건축 호재 더해진 부산 1년새 2억 껑충
"규제 무풍지대 찾아 투자수요 집결할 듯"
  • 등록 2016-11-07 오전 5:30:00

    수정 2016-11-07 오전 8:16:55

△ 정부가 꺼내 든 부동산 규제 대책에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은 아파트를 매매하려는 문의가 뚝 끊기며 급제동이 걸렸다. 반면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부산 주택 시장에 투자 수요자가 집중되며 펄펄 끓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정다슬 원다연 기자]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 첫 일요일인 6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Y공인 중개업소. 이곳에서 10년 넘게 부동산 중개를 해온 권 모 대표는 이날 집을 사겠다는 전화를 한 통도 받지 못했다. 하루 수십 통의 문의 전화에 아파트를 매매하려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던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완전 딴판이다. 권 대표는 “개포 재건축 단지가 정부의 규제 대상이 되면서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집주인들도 정부 규제로 집값이 내려가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이후 9년 만에 꺼내 든 부동산 규제 대책에 주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매 제한 강화, 1순위 청약자 제한, 재당첨 금지 확대 등 이른바 ‘대못 3종 세트’에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은 아파트를 매매하려는 문의가 뚝 끊기며 급제동이 걸렸다. 일부 단지에서는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도 수 천만원씩 빠지기 시작했다.

△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 [자료=부동산114]
개포주공1단지 2주 새 6000만원 ‘뚝’

정부는 지난 3일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서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경기도 과천·성남시(민간·공공택지)·하남 미사지구·화성 동탄2신도시(공공택지)의 분양권 전매를 ‘소유권 이전 등기’(입주 시점) 때까지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청약 재당첨 기간을 최대 5년으로 늘리고 규제 대상 지역에 2순위 청약 신청을 할 때도 반드시 청약통장을 사용하도록 했다.

말로만 무성하던 부동산 규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12% 하락하며 34주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용 41.98㎡형은 지난달 중순 10억 5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가 2주 만에 6000만원 내린 9억 9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전용 50㎡형도 11억 9000만원에서 11억 4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개포동 G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급한 마음에 호가를 내리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아파트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분양을 앞둔 강남 재건축 단지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개포시영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일반 분양을 앞둔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분양가 수준을 논의 중”이라며 “앞서 분양한 개포 재건축 단지들 수준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하려고 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 부영이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에 공급하는 ‘동탄 호수공원 사랑으로 부영’ 모델하우스. ‘11.3 부동산 대책’ 발표 다음날인 4일 미분양 아파트 선착순계약을 하기 위해 수요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부영 제공]
규제 비켜간 지역 청약시장 열기 ‘후끈’…웃돈도 붙어

반면 규제를 피해 간 주택시장은 수요자들이 몰리며 펄펄 끓고 있다. 지난 4일 부적절 당첨분 잔여가구를 대상으로 선착순 계약에 나선 ‘동탄 호수공원 사랑으로 부영’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은 개관 전부터 입장 대기 줄이 200m 이상 이어졌다. 선착순계약을 시작한 지 약 6시간 만에 전 가구가 ‘완판’(100% 계약)됐다. 일부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업자들은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수백만원의 ‘줄값’을 받고 빠른 번호를 파는 모습도 목격됐다. 화성시 E공인 관계자는 “앞으로 분양할 곳들은 입주 때까지 전매를 못 하지만, 이곳은 몇 개월 후면 팔 수 있어 몸값이 껑충 뛰었다”며 “웃돈도 2000만~3000만원 붙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대우건설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에 문을 연 ‘수지 파크 푸르지오’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도 주말 사흘간 약 2만 5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가며 북새통을 이뤘다. 미분양 우려가 불거지며 분양시장이 가라앉던 용인지역이 11·3 부동산 대책 규제를 피하면서 청약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지난 3일 청약에 나선 부산 해운대 센텀 트루엘 1·2단지도 7만 9475명이 몰려 평균 206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부산을 포함한 청약 조정지역이 이달 중순부터 재당첨과 청약 1순위 신청 자격 강화 조치가 적용되자 수요자들이 쏠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투자 자문부 팀장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예상보다 강해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의 투기 수요 억제 효과는 확실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반면 규제를 피해 간 지역은 투기수요가 오히려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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