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중 가동을 시작할 평택 공장을 중심으로 3D낸드플래시(V낸드) 기술 혁신을 주도해 세계 메모리 시장 1위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이 들어설 평택 공장은 축구장 400개 크기 부지(289만㎡)에 4개 생산라인과 기숙사 등 각종 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내년부터 V낸드 생산이 예상되는 라인 외에도 추가 증설이 가능한 부지를 남겨뒀다는 점이다. 이 부지는 앞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흐름에 맞춰 차세대 메모리 생산 라인 증설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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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DDR3 4GB 512Mx8 1333/1600MHz 기준)은 1.5달러로 전달보다 9% 가까이 뛰어올라 최근 3년 새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낸드플래시도 올 4분기 10~15%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1·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실적 향상 기대감도 한층 커지고 있다.
삼성 등 국내 업체가 시장 지배력을 잃지 않기 위해선 차세대 메모리 투자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평택 공장에 일부 부지를 남겨둔 것도 향후 시장 재편에 대비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 라인 증설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투자를 위한 준비 과정으로 1997년부터 오랜 협업 관계를 맺어온 기업용 소프트웨어 및 DB업체 SAP와 공동 연구 조인트벤처(JV)를 설립키로 했다. SAP는 ‘인메모리 DB’를 개발한 회사다.
인메모리 DB는 중앙처리장치(CPU)의 정보를 처리하는 메인 메모리(주기억장치)에 초대용량 데이터를 저장, 처리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여기에는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나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가 아닌 고용량 D램 모듈(여러개 D램을 모아 대량 정보 처리가 가능한 제품)이 쓰인다. 문제는 같은 저장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투입되는 D램의 가격이 고가라는 점이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속도는 D램에 가깝고 값은 SSD와 비슷한 차세대 메모리가 개발되면 인메모리 DB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다”며 “두 회사는 인메모리 DB에 탑재할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해 JV를 만들었고 삼성의 투자로 차세대 메모리 시대 개막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D램·낸드 시장지배력 강화.. 차세대 메모리 준비 ‘두마리 토끼’ 잡기
두 회사는 이 기술이 낸드플래시보다 1000배 빠르고 수명도 더 길어 ‘메모리 기술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올해 안에 미국 유타공장에서 대량 생산을 시작할 것이란 계획도 밝혔다. 삼성이 SAP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평택 공장에 여유 부지를 남겨둔 것도 앞으로 벌어질 치열한 차세대 메모리 개발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가 차세대 메모리로 단기간에 대체되긴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게임 등과 결합해 주목받고 있는 VR 기기에 필요한 D램과 SSD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 등의 수요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텔과 마이크론이 선보인 3D 크로스 포인트도 당초 발표치보다 실제 성능이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도 차세대 메모리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D램과 낸드플래시에 대한 투자를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은 기술 안정성과 가격면에서 차세대 메모리보다 훨씬 우위에 있기 때문에 단시간에 시장 경쟁력을 잃지는 않을 걸로 본다”며 “차세대 메모리는 기존 제품은 적용이 힘든 틈새시장 위주로 수요가 확대될 것이고 시장 전체를 대체하려면 5~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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