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 대표에게는 책임이 없는가

  • 등록 2016-06-29 오전 6:00:00

    수정 2016-06-29 오전 6:00:00

국민의당이 총선 홍보물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박선숙·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 등 3명에 대해 앞으로 검찰 기소가 이뤄지는 단계에서 당원권을 정지키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깨끗한 정치’를 구현한다는 취지에 따라 출당 쪽으로 단호하게 가닥을 잡아가다가 주춤한 모양새다. 국민의 눈높이에도 미흡하다. “기소가 되면 당원권을 정지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른 결정이라니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자 한다.

국민의당은 어제 하루 종일 이른 아침부터 회의로 북적댔다. 오전 6시 긴급 최고위원 회의에 이어 긴급 의원총회가 열렸으나 의견이 팽팽히 엇갈리면서 매듭을 짓지 못한 끝에 오후에 다시 의총이 소집됐다. 김 의원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에 이어 왕 사무부총장이 구속 처리되고 박 의원도 17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되자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당 지지율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들 3명에 대한 징계조치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당은 문제의 리베이트 대금이 당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당과 관계가 없다”며 처음부터 선을 그었지만 절차를 밟아 당시 사무총장을 맡았던 박 의원에게까지 보고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선거를 총지휘했던 안철수 공동대표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만 한다. 이들 3명에 대한 징계 결정이 ‘꼬리 자르기’로 비쳐지는 이유다.

정치인이나 정당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무리 지지율이 높고 의석이 많다고 해도 유권자의 믿음을 잃어서는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지난 총선에서 뚜렷이 확인된 일이기도 하다. 국민의당이 윤리·도덕적으로 선명성을 내세우며 출범했기에 기대 이상의 지지를 받고서도 속으로 곪아 터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존립 기반이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가족 보좌진 채용 논란에 휩싸인 서영교 의원의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김종인 대표가 이에 대해 사과를 표명했고 내일 당무감사 회의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지만 형식적인 절차로 그친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다른 여야 의원들에 있어서도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다시는 이처럼 불미스러운 일들이 국회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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