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상품 판박이…은행 'ISA 차림표' 먹을 게 없네

  • 등록 2016-03-10 오전 6:00:00

    수정 2016-03-10 오전 6:00:00

신탁형, 안정성 위주로 대동소이

개별 상품을 ISA에 담는 수준

ELS만 원금 손실 없도록 설계

수수료는 상품별로 차이 두기로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이달 14일 선보이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놓고 정부나 금융사들이 저금리 시대에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만능통장’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소문난 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사들이 ISA 사전가입자를 끌어모으려고 값비싼 경품까지 동원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과 다르게 정작 ISA 흥행의 핵심으로 꼽히는 상품군은 금융사마다 대동소이해 소비자로선 선택의 폭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쫓아 ISA 계좌를 갈아타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확정 수익을 보장하는 예금의 경우 애초 약속한 만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에 해지하면 사실상 이자 수익을 거두지 못한다. 일반 예금 상품은 수수료가 붙지 않지만 ISA에 편입한 예금엔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계좌를 갈아타면 오히려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ISA 가입 때 처음부터 많은 금액을 넣어두기 보단 점차 투자금액을 늘리는 식으로 운용하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신탁형 ISA 대동소이…상품 차별성은 ‘일임형’

이달 14일 선보이는 ISA는 계좌에 담을 상품 구성부터 운용까지 모두 금융사에 맡기는 일임형과 투자자가 직접 운용할 상품을 지정해야 하는 신탁형 두가지로 구분된다. 시중은행들은 14일 신탁형을 선보이고 증권사들은 일임형과 신탁형을 동시에 내놓는다. ISA 가입을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수수료와 상품 차별성 두가지 측면을 고려해 신탁형과 일임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낫다. 신탁형은 수수료가 싼 대신 금융사 간 상품 차별성이 떨어지는 반면 일임형은 수수료는 비싸지만 각 금융사가 대표 상품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만큼 금융사 간 상품 차별성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데일리가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14일 선보이는 신탁형 상품을 살펴본 결과 금융사 간 상품 차별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기존 투자상품을 그대로 ISA 라인업에 포함시키는 식이었다. 신탁형으로 ISA에 가입할 예정이라면 굳이 어느 은행을 갈지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은행들은 고객을 상대로 투자성향을 평가해 1~5등급로 구분한 뒤 추천 상품을 제시한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4~5등급은 예금 위주, 3등급은 채권형 펀드, 1~2등급 고객에겐 ELS(주가연계증권)와 같은 고위험 상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예금이나 펀드는 대부분 기존 상품이고 최근 중국증시 폭락으로 원금 손실 우려를 빚은 ELS에 대해서만 원금 손실 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설계한 게 달라진 점이다. 일부 시중은행은 예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저축은행 예금상품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ISA 담당 부행장은 “최근 ISA는 워낙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커 기존 상품 중에서 투자위험이 낮은 상품 위주로 라인업을 짰다”며 “아마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ISA에 어떤 상품 담을까

신탁형 ISA 계좌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수수료다. 금융사들은 상품별로 수수료를 다르게 매길 예정인데 예금은 0.1%, 펀드는 0.3%, ELS와 같은 고위험 상품은 0.7%의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일임형은 대략 1~1.5% 수준으로 예상된다. 신탁형 ISA에 가입할 땐 굳이 지금도 세금을 물리지 않는 국내 주식형 펀드는 담을 필요가 없다. 해외 펀드에 투자할 땐 ISA보다 비과세 해외펀드를 이용하는 게 낫다. 따라서 세금 혜택(수익의 15.4% 과세)을 받을 수 있는 예금, 채권형펀드, ELS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게 유리하다. 주윤신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투자상품에 가입한 경험이 있고 수수료 비용을 낮춰 수익률을 높이고자 한다면 신탁형 ISA에 가입해 예금 비중은 낮추고 ELS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일임형은 수익률 추이를 본 뒤 가입해도 늦지 않다. 금융사마다 대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경쟁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수익률에 따른 금융사 순위가 어느 정도 드러날 수 있어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은행, 증권사 모두 수수료가 높은 일임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출시 후 금융사들의 투자운용 성적을 살핀 뒤 한 금융사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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