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상품 여기서 나온다···'비밀연구소'·'식품연구소' 정체는?

'노(No)브랜드 상품으로 혜자스럽게' 인기 비결 살펴보니
기존 유통망에 '발명' DNA 심어 불황 탈출 시도
'가격보다 제품' R&D 조직, 유통업계 미래 먹거리 선도
  • 등록 2016-01-15 오전 6:00:00

    수정 2016-01-15 오전 6:00:00

이마트 ‘52주 발명 프로젝트’ 비밀연구소 연출 사진(위)과 GS리테일 식품연구소 직원들.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불황에도 팔릴 물건은 팔렸다. 그 중심에 있는 제품이 음식, 그 중에서도 간편요리다. 이마트의 ‘피코크’·‘노브랜드’, 편의점업계에 도시락 열풍을 몰고 온 ‘김혜자 도시락’ 등이 이에 해당한다.

히트상품 뒤에는 다분히 비밀스러운 집단이 존재한다. 이마트(139480) 별동부대 ‘비밀연구소’, GS리테일(007070)의 ‘식품연구소’ 등이다. 공통점은 업의 본질인 유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직접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개발해 성장 한계치에 도달한 유통업계 미래 먹거리를 선도한다는데 있다.

외식업계 또는 식품제조 업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연구개발(R&D) 조직이 유통업계에 생겨나고 있다.

시작은 2013년 1월 설립된 ‘GS리테일 식품연구소’다. 이곳에선 상품의 콘셉트를 구상하고 레시피를 연구하며 상품화 가능 여부를 검토해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식품 안전 기준을 설정하고 관리하는 것도 식품연구소의 주된 역할이다.

구성원은 소장 1명을 포함해 총 16명으로, 품질관리 4명을 제외한 모두가 상품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특이한 사실은 그중 5명이 호텔셰프 출신이라는 점이다. 신선 식품 개발 경력자도 3명이나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와 GS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모든 신선식품과 즉석조리식품은 이곳을 거쳐 출시된다.

매년 200여개의 상품을 개발하고 리뉴얼하며, 매달 15개 이상의 신상품을 개발하는데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바로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갓혜자도시락’ ‘마더혜례사 도시락’ 등으로 불리며 인기를 끈 ‘김혜자 도시락’이다. 가격 대비 알차고 맛있다는 의미의 ‘혜자스럽다’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GS리테일 식품연구소 직원들이 상품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실 김혜자 도시락은 2010년 출시됐으나 본격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끈 건 식품연구소가 생긴 이후부터다. 연구소 설립 이전 3년간 2100만개, 이후 3년간 3700만개가 판매됐다. 작년 한해에만 1500만개가 팔려나갔다. GS리테일은 “식품연구소 연구원들이 30평 남짓한 테스트키친에서 제품의 가짓수를 늘리고 최적화된 맛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혜자 도시락이 대박을 친 이후 세븐일레븐은 걸스데이 혜리를 모델로 한 ‘혜리 도시락’을 내놨고, 이어 CU(씨유)가 요리연구가 백종원 도시락을 선보이며 편의점 도시락 전성시대를 몰고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027410)이 PB 상품 개발을 위한 상품연구소를 열기도 했다.

최근 유통업계 또 다른 히트 상품으로는 이마트의 ‘노브랜드’·‘피코크’ 등을 빼놓을 수 없다. 비밀연구소 설립 이후 제대로 탄력을 받은 ‘발명’의 결실이지만 성격은 여느 연구소와는 확연히 다르다. 비밀연구소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 기구다.

지난해 8월 ‘세상에 없던 대형마트를 만든다’는 목표로 ‘52주 발명 프로젝트’라는 전사적인 혁신 캠페인을 시작하며 이갑수 이마트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비밀연구소’ 설치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관념적 개념의 명칭일 뿐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비밀연구소는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의 가치를 찾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발명하는 공간이지만 실재하진 않는다”라면서 “추후에는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 사안별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이마트 전체가 비밀연구소, 구성원 모두가 발명위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 무장에 불과하지만 성과는 고무적이다. 캠페인 공표를 즈음해 출시된 노브랜드 상품 150여 종 가운데 물티슈(100매)는 8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며 현재까지 250만개가 팔려나갔다. 정가가 890원인 감자칩(110g)은 이마트에서만 160만개가 넘게 팔렸다. 물티슈는 일반 물티슈 전체 매출의 27% 가량을 차지하며 매출 1위로 올라섰고, 감자칩도 4개월 만에 프링글스 전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개한 ‘노브랜드’‘피코크’ 제품들.
판매량의 4배를 웃도는 성과를 냈다. 2980원에 판매되고 있는 버터쿠키(400g)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로 2주 만에 초도 물량 5만개가 완판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판매를 재개했는데 주말 4000만원, 평일 2500만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기준으로는 노브랜드 감자칩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 중이다.

그런가 하면 이마트의 가정간편식 PB 피코크는 ‘고급스럽지만 품질에 비해선 저렴하게’라는 가치로 탄생했다. 특급호텔 레시피를 그대로 적용하되 대량 생산으로 가격은 1/3 수준으로 낮춘 ‘조선호텔김치’, 홍대 맛집 초마의 맛을 그대로 구현한 ‘초마짬뽕’ 등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피코크에 대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관심도 각별한데 피코크 제품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제품 생산 과정에선 테스트키친에 마련된 제조사가 각기 다른 전자레인지 다섯 대에 같은 제품을 모두 돌려본 뒤 시식 후 까다롭게 출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유통업계가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이유는 경기 불황에 시장 포화로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10원 더 싸게’ 식의 가격 경쟁만으로는 나날이 눈높이가 높아지는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캠페인을 시작하며 “1993년 창동점 개점 이래 그간 새로운 쇼핑 문화와 가격이라는 장점을 통해 대형마트가 성장해왔다면, 앞으로는 고객의 생활에 가치를 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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