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개인 자금력으로는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가 단연 1위다. ‘기부금’도 필요 없다고 말한 트럼프는 익히 알려진 부동산 재벌이다. 트럼프는 최근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재산이 100억 달러(약 11조 6000억 원)에 달한다고 신고했다. 이는 역대 미국 대선 출마 후보 중 최고액이다.
그러나 이 추산치에 ‘로열티’ 부문이 과다 측정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가 성공한 자산가라는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자산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잡지 포브스는 트럼프의 자산 가치를 40억달러로 보고 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억달러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고해도 트럼프 자산은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다. 거기다 지난 7일 ‘헤지펀드의 대부’ 칼 아이칸이 트럼프의 재무장관 제안을 수용해 트럼프는 역대 가장 부유한 행정부의 탄생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대선 후보자들이 부유하다는 점도 있지만 미국 대선이 ‘억만장자들의 돈잔치’로 비유되는 가장 큰 이유는 슈퍼팩 때문이다. 슈퍼팩을 통해 무제한 선거자금을 모으는 것이 불법이 아니라는 2010년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후보들의 선거 자금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은 대선 주자는 클린턴 전(前) 장관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대선캠프가 지난달 F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선에 들어간 첫 3개월간 4670만달러 이상의 후원금을 확보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1년 경선에 나선 후 3개월간 모았던 4190만달러를 넘어서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이다. 25만명 이상의 개인 참여자 중 94%가 기부금 250달러 이하의 소액 후원자였다. 이는 나머지 6%가 거액의 후원금을 납입했다는 것을 뜻한다.
NYT는 정치 분야에서 거액 기부자에 대한 의존이 커지는 것은 미국의 부(富)가 갈수록 특정계층에 집중하는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미국 대법원의 판결로 (선거에 대한) 부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슈퍼팩은) 사실상 대선 후보나 당선자에게 건네는 정치뇌물이나 마찬가지”라며 미국에선 더 이상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