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공포정치의 무모함에 대비해야

  • 등록 2015-05-15 오전 3:00:01

    수정 2015-05-15 오전 3:00:01

북한의 공포정치가 점차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불충’(不忠)과 ‘불손’(不遜) 혐의로 체포된 지 사흘 만인 지난 4월 30일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양 순안구역 강건군관학교 사격장에서 고사총으로 처형됐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1년 말 권좌에 오른 이후 이렇게 처형 또는 숙청된 북한 고위층은 그의 고모부 장성택을 포함해 70여명에 이르며 올 들어서만 벌써 15명을 헤아린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정확성과 사실일 경우의 대응책이다. 국정원은 지난달 하순 국회에서 김정은의 러시아 전승 70주년 기념식 참석을 기정사실화했다가 바로 이튿날 러시아 정부가 ‘김정은 방러 불발’을 공식 발표하는 바람에 망신을 샀다. 그 영향인지 이번에는 현영철 부장이 공식 기록영화에서 아직 지워지지 않은 점을 들어 그의 처형을 단정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모습이다. 하지만 첩보가 꽤 구체적인 데다 북한의 부인이 나오지 않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사실일 공산이 크다.

프랑스 혁명의 예에서 보듯이 공포정치는 그 공포정치를 펼친 장본인을 마지막 제물로 삼는 법이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에 이어 군 서열 2위인 현영철이 하루아침에 잔인하게 처형될 정도의 끝모르는 공포정치는 김정은의 북한 체제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방증이며 결국 권력의 공백상태 또는 유고사태로 귀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공포정치의 한계에 부딪친 김정은이 최후의 수단으로 대남 무력도발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무모함도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속단은 금물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비상사태들을 극복할 만반의 대비책을 늘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의 군사력과 정보력만으로 북의 비상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인 만큼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이며 경우에 따라 중국·일본·러시아와도 손발을 맞추는 유연성이 요구된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는 반드시 우리의 주도로 해결해 나가는 자결주의를 관철할 수 있도록 슬기로운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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