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 다시 6자회담 재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은 평양 북쪽 숙천에서 노동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기습 발사했다. 노동미사일의 사거리는 1300㎞로 최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로켓 및 신형 방사포와 달리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된다. 합참은 노동미사일들이 고도 160km로 650km 내외를 비행했고 속도는 마하 7.0이라고 추정했다. 미사일들이 날아간 곳은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었고 북한은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지도 않았다.
북한이 미사일들을 발사한 시각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 일 정상회담이 열리던 때였다. 박근혜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당시 회담에서 한.미. 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미. 일 정상들의 합의는 2008년 12월 이후 개점휴업 상태인 6자회담 재개의 가능성을 높이는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고 북핵 고도화를 차단하는 보장이 있다면 대화 재개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고 6자회담 재개에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보였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 중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조기 재개에 이견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 한. 미.일, 미. 중 정상회담들의 내용으로 볼 때 북한이 진정성만 보인다면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북한이 느닷없이 노동미사일을 발사해 어깃장을 놓았다.
북한이 무력시위를 벌인 의도는 한. 미. 일과 중국에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무모한 행동은 6자회담 재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탄도미사일의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미국의 요청으로 유엔 안보리가 소집돼 북한 제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도 북한의 도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추가 핵실험 위협이나 미사일 도발에 겁먹고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오판해선 안 된다. 북한은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는 것만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최선의 방책임을 깨달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