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첫 심리..`디자인 모방` 놓고 설전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에서 뜨거운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중인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이 배심원단을 선정한 뒤 가진 사실상 첫 심리에서부터 디자인 특허 침해 여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루시 고 판사 주재로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연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과 애플간 특허침해 본안 소송 첫 심리에서 애플이 삼성측의 의도적인 디자인 모방을 주장한 반면 삼성측은 이를 공식 반박했다.

먼저 모두진술에 나선 해롤드 맥컬히니 애플측 변호사는 “삼성전자의 내부 문서가 삼성이 스마트폰을 만들면서 애플 `아이폰`을 의도적으로 모방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슬라이드를 통해 지난 2006년부터 제작된 삼성의 구형 휴대폰과 2010년 이후 제작된 삼성의 신형 스마트폰을 비교하면서 “삼성이 구형 휴대폰으로부터 이같은 신형 휴대폰으로 어떻게 변화했느냐가 핵심적인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신형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애플 `아이폰`을 모방했다는 얘기다.

맥켈히니 변호사는 “우리 모두 아는 것처럼 혁신보다는 모방이 더 쉽다”며 “애플은 이미 모든 위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했는데, 삼성은 시장에서 공정한 방식으로 우리를 따라잡기보다는 손 쉽게 모방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처음에 삼성이 우리 제품을 모방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지 않았다”며 “삼성측과 만나 현재 삼성이 불법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독자적인 디자인과 유저 인터페이스를 찾으라고 요구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아이폰` 하드웨어는 “모방하기 쉽다(easy to copy)”고 명시한 삼성의 내부 상품 분석 자료를 배심원들에게 증거로 제시했다. 삼성의 한 임원이 작성한 또다른 문서에서는 삼성전자가 아이폰 때문에 `디자인 위기`에 처해 있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이어 진술에 나선 삼성측 변호인은 애플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찰스 K. 버호벤 삼성측 변호사는 ‘아이폰’이 출시되기 이전에 이미 LG 등 여러 기업들이 직사각형 모양에 유리 스크린을 가진 특허를 받은 바 있다며 애플의 주장을 맞받아쳤다. 또 “‘아이폰’ 출시 이전에 이미 삼성도 직사각형에 모서리가 둥글고 터치스크린을 가진 휴대폰을 개발했고, 그런 유형의 휴대폰들을 계속 만들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아이폰’은 경쟁을 만들어낼 정도로 경쟁사들에게 영감을 줄만한 제품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좋은 제품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이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경쟁이며 이는 모방도 아니고, 특허 침해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 “상업적 시장내에서는 누구나가 이렇게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버호벤 변호사는 “애플 역시 소니의 디자인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며 애플 디자인팀이 ‘아이폰’ 초기 디자인을 만들 때 소니 디자인과 비교하면서 논의했던 이메일을 증거 자료로 내놓았다.

한편 이날 심리에서 고 판사는 모두진술 직전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침해 본안 소송 모두진술에서 신 니시보리 전 애플 디자이너의 증언을 일부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는 삼성측이 니시보리 전 디자이너로부터 어떤 증거를 요구할 것인지에 대해 명시하지 않으면서 “제품의 기능성을 입증하는데 그 증거를 사용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니시보리는 ‘아이폰’이 소니 디자인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입증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그의 증언은 ‘아이폰’ 디자인이 어떤 식으로 바뀌어갔는지를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측은 니시보리의 증언을 활용해 ‘갤럭시’ 스마트폰의 디자인이 애플 ‘아이폰’을 본딴 것이 아니라 업계의 다른 디자인들을 참고했다는 점을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