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가로수길 상가도 텅텅…코로나 셧다운 때보다 어렵다

[텅텅 비는 상가]①강남대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 10.3%, 팬데믹 대비 1.6%p↑
외국인 오고·임대료 내린 명동만 일부 살아나
'소비 패턴' 변화에 경기둔화·탄핵정국까지, 지갑 닫아
나홀로 사장님 1년새 1.5만명 사라져…폐업자 수 사상 최대
  • 등록 2024-12-17 오전 5:00:00

    수정 2024-12-17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정희 이배운 기자] 대한민국의 대표 금싸라기 땅, 강남대로 상가 10곳 중 1곳은 공실인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장 거셌던 2020년보다 더 악화한 상황이다.

국민들의 소비구조가 온라인 중심으로 변한데다 경기 둔화에 소비가 악화한 상황에서 탄핵 정국은 연말 소비까지 멈추게 했다. 소비 둔화는 자영업자의 폐업, 상가 공실로 나타나고 있다. 폐업자 수는 작년 99만명에 이를 정도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3층 이상 중대형 상가와 2층 이하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3분기 각각 8.7%, 4.9%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분기(8.0%, 3.9%)보다 악화했다.

특히 강남 공실률은 팬데믹 당시보다 심하다. 강남대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분기 10.3%로 2020년 4분기(8.7%)보다 1.6%포인트 뛰었다. 가로수길이 위치한 신사역 공실률은 이 기간 9.6%에서 16.1%로 껑충 뛰었다. 강남은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2.49%에서 5.1%로 뛰었다.

반면 명동이나 광화문은 소규모 상가 등을 중심으로 공실률이 대폭 개선되는 분위기다. 명동 공실률은 2021년 4분기 50%까지 치솟았으나 3분기 2.4% 수준으로 낮아졌고, 광화문은 이 기간 22%에서 0.9% 수준으로 낮아졌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임대료를 낮춘 요인 등이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1%대가 유력한 상황인 데다 탄핵 정국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상권이 과거처럼 활발하게 살아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소비 구조가 온라인으로 바뀐데다 소비 패턴도 흑백요리사 맛집 등 이목을 끌만한 고가의 소비를 하거나 반대로 아주 저렴한 것을 찾기 때문에 어중간한 상가는 살아남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 자영업자 수는 566만 1000명(10월까지 평균)으로 3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특히 나홀로 사장님이 1만 5000명, 1% 가량 줄어 6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국세청에 폐업 신고를 마친 자영업자 수는 작년 98만 65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 중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한 사업자 비중은 48.9%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10년(50.2%)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이에 상가가 텅텅 비면서 상가 경매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2508건의 서울 상가 경매가 출회됐다. 2016년(2728건) 이후 가장 많은 건수다. 상가가 경매로 싼값에 나오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떨어졌다. 낙찰률은 올해 16.8%에 불과해 2012년(16.7%) 부동산 불황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구조적인 경기 침체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상가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소비구조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오프라인 상권이 살아나기 어려운데 관광객 상권인 명동이나 젊은 사람들이 주로 찾는 핫플레이스는 그나마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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