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이고, 형제는 칼부림… 이수정 “명절에 유독 이런 사건이”

최근 3년, 설 연휴 기간 가정폭력 신고 증가 추세
이수정 경기대 교수 “잠재된 갈등이 명절에 폭발”
“짧은 시간에 무리해서 갈등 해결하려고 하면 충돌 유발”
  • 등록 2023-01-23 오전 9:25:00

    수정 2023-01-23 오전 9:25:00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2016년 2월 8일 경남 창녕군에서 40대 아버지가 9살 난 아들을 살해했다. 설 당일 벌어진 참극이었다. 당시 아들은 설을 맞아 헤어진 엄마를 보고 싶어 했는데, 이 아버지는 자신이 복용하던 수면제를 아들에게 먹이고 살해했다.

이듬해 1월 27일 충남 청양에서는 가족들과 설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향 집을 찾은 동생이 흡연을 지적하는 형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인들과 술을 먹고 귀가한 동생이 집에서 담배를 피우자 형이 “왜 집에서 담배를 피우냐”고 질책했고 말다툼을 벌이던 중 동생이 감정이 격해져 흉기를 휘둘렀다.

기사와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2020년 1월 25일 설날 보일러 난방 문제로 말다툼하다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20대 아들도 있다. 그는 가족과 설 명절 인사를 한 뒤 경기 광주시 오포읍 소재 자택으로 돌아온 후 난방 문제로 아버지(당시 49세)와 말다툼하다 격분해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2021년 2월 11일 설 연휴 첫날 서울 성북구에서는 40대 아들이 60대 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있었다. 이 아들은 빌라 자택에서 병원 치료를 권하는 어머니에게 불만을 품고 흉기를 수차례 휘둘렀다. 그는 외출하려는 자신을 어머니가 제지했다는 이유로 흉기를 들고 범행을 저질렀다.

설 명절은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날이기도 하지만 본의 아니게 사소한 갈등이 불씨가 돼 다툼이 불거지기도 한다. 심할 경우 앞서 살펴본 사례처럼 존속 살인 등의 형사 사건으로 번져 결국 법정으로 간다.

경찰청에 따르면 실제 연휴 기간 가정 폭력 신고 등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설 연휴 기간 전체 하루 평균 전체 신고는 4만 877건으로, 평소(5만 1377건)보다 20.5% 줄었지만, 가정 폭력 하루 평균 신고는 841건으로 평소(608건)보다 38.3% 증가했다.

명절 때 가정 폭력 신고 건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는 평소 쌓았던 갈등이 일시에 폭발해 폭력 사건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7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명절에 유독 더 많이 발생하는 사건 유형에는 가족 간에 일어나는 가정 폭력 사건이 존재하고, 그중 심각한 건 존속 살해 사건이 있다”라며 “이웃에 의한 흉기 난동과 같은 층간소음 사건도 빈번히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가정 폭력 사건이 명절 기간에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서 “명절이라는 것 때문에 시기적으로 이때 가정 폭력 범죄가 증가한다”라며 “원래부터 잠재돼 있던 갈등이 이날 표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 명절 기간에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지 않던 갈등이 표출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며 “갈등 요소가 없는 가족들의 경우에는 다 같이 모여 있어도 큰 문제가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가정 폭력 사건으로 번지기 전에 가족 간의 갈등을 완화하는 방법에 대해 묻자 이 교수는 “예방을 한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지만 한 번에 상대를 설득하려고 하면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명절 기껏해야 1박 2일 혹은 아침에 모였다가 저녁에 헤어지는 경우도 있지 않나”라며 “이 짧은 시간 동안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을 서로 무리해서 해소하려고 한다거나, 짧은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급한 마음이 충돌을 유발한다. 시간을 두고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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