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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최저임금·소득주도성장에 쓴소리
KDI가 본격적으로 경고음을 낸 것은 작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현욱 경제전망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2018~2019년 성장률을 2%대(2.9%-2.7%)로 전망했다. 당시에는 기재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3%로 전망했을 때다. 기재부는 6월8일 브리핑을 열고 “(경기) 회복세”라고 KDI 전망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KDI는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최경수 인적자원정책연구부 부장(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브리핑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대 8만4000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며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책연구기관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보고서를 내놓은 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었다.
3차 포문의 대상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아젠다인 소득주도성장이었다.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7월 ‘간판만 바꿔 달면 소득 주도 성장의 실패가 가려지는가’라는 제목의 언론사 기고문에서 “시장에서 임금이 결정되는 과정에 작동하는 수많은 요인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특정 지점을 대폭 비틀어버리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작년 하반기가 되자 KDI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10월 OECD·IMF는 한국의 성장률을 2%대로 낮췄다. KDI는 지난해 11월 브리핑을 통해 2018~2019년 성장률을 각각 2.7%, 2.6%로 재조정했다. ‘경기 회복세’라던 기재부는 지난해 12월에 2018~2019년 성장률을 2.6~2.7%로 결국 수정했다. 고용 쇼크도 나타났다. 지난해 실업률(3.8%)은 2001년(4.0%)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였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경제정책 보완”, “최저임금 속도조절” 입장을 밝혔다.
KDI가 이렇게 목소리를 낸 배경에는 정무적 판단에 휘둘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내부 진단이다. KDI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만 연구 독립성이 무너지면 KDI도 결국 문 닫게 될 것”라며 “정권에 관계없이 독립적·중립적 연구를 하자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경수 부장은 “당시 최저임금 얘기를 안 했다면 결국 ‘거시경제 전문가로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뭐했나’라는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며 “1년 가까이 팩트체크를 하며 발표를 준비했다. 정책을 정면 비판하는 게 부담되지만 중요한 경제 사안에 대해 나몰라라 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최정표 효과’도 있었다. 최정표 KDI 원장은 작년 4월 취임식에서 “휘둘리지 않는 소신 있는 연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경실련 공동대표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진보학자다. 최 원장은 취임 이후 연구 자율성을 보장하는데 공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욱 실장은 “문재인정부 들어 최 원장이 연구 관련해 부당하게 압박하거나 눈치를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예산 지원 줄어든 KDI…쓴소리 가시밭길
하지만 쓴소리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권에선 불편한 속내도 내비쳤기 때문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참석한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윤희숙 교수의 칼럼에 대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KDI에서 정부 정책을 부인”했다고 질타했다. 지난해 KDI 정부지원금(699억원)은 2015년(692억원) 이후 가장 작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7~2018년 정부지원금이 잇따라 증액된 것과 대조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책연구기관의 독립성을 유지·보장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시대의 흐름을 고려하면 국책연구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소신을 가지고 원칙대로 얘기하는 게 맞다”며 “올해 상반기까지 경기가 어려울 것이다. 경제지표가 말해주는 대로 연구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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