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김포 한강신도시 주택시장이 김포도시철도 사업 공사를 계기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기존에는 서울역과 서울 강남으로 향하는 M버스(M6117·M6427)가 집값 상승의 호재로 작용했으나 지하철 3개 노선(공항철도 및 서울지하철 5·9호선)이 지나는 김포공항역으로 이어지는 김포도시철도 공사가 2018년 10월 개통을 목표로 본격화하면서 역세권 주변 주택시장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도시철도 인근 단지 분양권 웃돈 ‘쑥’…M버스 인근은 시세 ‘뚝’
지난 17일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장기사거리 일대. 각종 공사 장비가 오가고 인부들이 바삐 움직이는 등 김포도시철도 장기역사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김포 한강신도시(1087만 5000㎡)는 장기지구(2만 5000여 가구)·구래지구(2만 5000여 가구)·운양지구(1만 6000여 가구) 일대에 5만 6209가구, 15만 3760명의 인구 수용을 목표로 조성 중인 신도시다. 이 때문에 도시철도 공사는 장기역뿐 아니라 구래역과 운양역, 마산역 주변에서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집값도 M버스 노선 인근 단지보다 도시철도역 주변 아파트가 더 뛰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장기동 P부동산 관계자는 “집값 형성에 ‘전철의 힘’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할 정도”라며 “도시철도 개통 기대감에 장기역 인근 신규 아파트 분양권에는 프리미엄(웃돈)이 최대 5000만원 가량 붙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림산업이 2014년 장기역 인근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캐널시티’ 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 주택형은 현재 분양가보다 3000만~5000만원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기존 아파트 단지도 마찬가지다. 운양역과 인접한 ‘한강신도시 운양푸르지오’ 84㎡형과 ‘반도유보라 2차’ 59㎡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최근 한 달 새 1000만~3000만원 올랐다.
반면 M버스 정류장은 가깝지만 역과는 다소 떨어져 있는 곳은 가격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M버스정류장이 단지 앞에 있는 장기동 이니스더원 아파트 112㎡형은 지난 8월 3억 7000만원에 팔렸으나 얼마 전에는 이 보다 1500만원 떨어진 3억 55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또 같은 동네에서 M6117 버스 정류장이 단지 앞에 생겼다가 없어진 쌍용예가 아파트 84㎡형은 3억 2000만원 선으로 한달 전보다 1000만원 정도 내렸다. 마산동 ‘자연&힐스테이트’ 84㎡형도 지난달 3억 700만원에 거래됐으나 이달 초에는 300만원 떨어진 가격에 팔렸다.
“인천 서구 등 배후수요 풍부… 가치 상승 기대”
미분양도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강신도시가 속한 김포시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 1월 2696가구에서 5월 1326가구, 7월 935가구, 9월 194가구로 크게 줄었다. 구래동 B공인 관계자는 “김포도시철도 개통 호재로 서울은 물론 인천 서구에 사는 사람들의 매입 문의 전화가 적잖게 걸려 온다”며 “한강신도시는 남서쪽에 있는 김포양촌일반산업단지와 학운2·3·4일반산업단지 등 7개 산업단지의 배후수요로 주목받고 있어서 미분양 물량이 머지않아 완전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수도권 외곽지역의 부동산 가치는 서울 도심 접근성에 달려있는데 지하철이나 전철 개통은 버스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교통 호재로 작용한다”며 “한강신도시 주변에서는 아파트 공급이 드문데다 서울은 물론 인접한 인천 서구(검단신도시) 등의 배후수요도 풍부해 꾸준한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