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롯데주류·무학(033920) 등 주요 주류업체는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2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4% 감소했다. 롯데주류는 같은 기간 89.7% 줄어든 22억원, 무학은 23% 감소한 124억원으로 집계됐다. 최소 5분의 1에서 많게는 절반이 훨씬 넘는 영업이익이 증발하면서 주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삼중고에 눌린 주류업계 실적
주류업계가 실적 부진에 빠진 건 지난해 과일소주 열풍으로 인한 이른바 ‘신제품의 저주’ 탓이다. 지난해 주류업계는 과일소주 덕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과일소주는 소주와 맥주 중심의 주류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주류업체들의 실적 역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과일소주 인기가 수그러들면서 실적 효자노릇을 했던 과일소주는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소주 점유율이 이미 수년째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과일소주의 깜짝 매출을 보완할 만한 대체재를 찾기 쉽지 않다보니 고스란히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순하리’를 출시하며 과일소주 인기를 주도한 롯데주류는 그 충격이 더욱 컸다. 순하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인기를 끌면서 순하리 판관비마저 거의 들지 않아 실적이 크게 부풀려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일소주 인기로 인한 역기저 효과는 지난해부터 거론됐다”면서 “이를 보완하려 탄산주 등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기대만큼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맥주 업체들은 브랜드 리뉴얼과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수입맥주 공세에 맞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수입맥주 업체들이 드래프트 비어(생맥주) 등을 통해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는데다 할인 행사나 묶음 행사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음주문화도 주류업계의 고민이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회식과 모임이 줄어들면서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이른바 ‘혼술족’이 늘고 있다. 주류업체들은 혼술족을 겨냥해 과일소주와 탄산주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여기에 지난 9월 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과도한 음주를 경계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주류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돌파구 찾기 나선 주류업계
실적 부진에 빠진 주류업체들은 돌파구 물색에 여념이 없다.
지난 6월에는 청담동 삼청빌딩을 390억원에 매각했다. 보유 중이던 하이트진로 주식도 처분하고 하이트진로의 주정사업을 창해에탄올에 넘겨 총 1541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롯데주류는 내년 맥주 사업에 사활을 걸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14년 말 맥주 1공장의 생산규모를 연간 5만㎘에서 10만㎘로 늘린 롯데주류는 현재 충주 메가폴리스 내 연간 20만㎘ 생산이 가능한 맥주 2공장을 올해 연말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내년부터 맥주 2공장을 가동하고 맥주 시장 점유율 경쟁에 뛰어들 계획이다. 맥주 2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현재 5% 수준인 롯데주류 맥주 점유율은 15%까지 확대된다.
무학은 수입맥주를 통해 활로를 찾는다. 지난 9월 무학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주류수입 및 판매를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현재 시장조사를 통해 수입맥주 브랜드를 선정 중이다.
수도권 소주 시장 문을 두드리는 무학은 소주 사업에서 과도하게 불어난 판관비를 수입맥주 사업을 통해 충당하고 이를 통해 수익 감소를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