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신기술에 승부수..TSMC·인텔과 '3자대결' 재현

삼성전자, 올해 7나노 미세공정 설비 도입
인텔·삼성전자, EUV 설비 도입으로 TSMC에 도전
TSMC "이르면 내년 상반기 7나노 제품 양산" 주장
  • 등록 2016-04-26 오전 6:00:10

    수정 2016-04-26 오후 3:24:29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반도체 신기술에 승부수를 걸었다. 지난해 등기임원을 맡은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연봉 150억원을 받아 ‘연봉킹’ 자리에 오른 권 부회장이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설비를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인텔에 이어 7나노미터(nm) 미세공정 설비를 도입함에 따라 TSMC와의 3자대결이 본격화됐다.

ASML은 올해 16기의 EUV 설비를 제조하는데 이 가운데 15기는 이미 2년 전 인텔이 전부 공급받기로 했다. 나머지 1기를 삼성전자가 도입할 예정이다.

EUV 설비는 장비 1대당 약 1500억원 정도로 고가지만, 이 설비 없이는 10나노급 이하 공정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그동안 업계 정설로 여겨져 왔다. 당초 삼성전자는 14나노 공정 개발시 EUV 설비 도입 없이도 10나노 혹은 7나노 미세공정을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인텔은 14.71%의 ASML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TSMC와 삼성전자도 그보다 적은 비율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 엑시노스 7870. 삼성전자 제공
인텔에 이어 삼성전자가 7나노 미세공정 설비 확보에 나선 것은 이미 10나노에서 대만 TSMC에 밀렸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애플은 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에 삼성전자와 TSMC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모두 탑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에서 생산된 AP의 전력 소모가 더 크다는 점을 들어 아이폰7에 탑재되는 AP 위탁생산 물량 전부를 TSMC에 맡긴 바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 외에도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엑시노스 및 퀄컴 스냅드래곤 AP를 공급하고 있으나 시장점유율은 8.4% 정도에 그친다.

인텔은 지난 10년간 AP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7나노급 공정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목표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인텔은 “반도체 집적 회로의 성능이 1년 6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던 무어의 법칙(Moore’s Law)을 ‘3년 주기’로 바꾼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다시 2년 주기로 단축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실적발표 당시 이같은 점을 강조하고 최근 인력 구조조정이 전반적인 사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TSMC는 기존 10나노 공정설비의 95%를 7나노 생산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가능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마크 리우 TSMC 공동대표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 7나노 미세공정 제품 양산에 나설 것”이라면서 “현재 20여 고객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7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AP는 10나노 공정 제품 대비 60%의 성능 개선과 40%의 전력소비 단축 등의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TSMC의 기술력이 현재 세계 최강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7나노급 미세공정 제품 경쟁에서도 우위를 보일지 여부에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TSMC가 10나노 공정설비를 7나노 공정에 투입할 수 있다해도 결국 마무리는 EUV로 해야 한다”며 “삼성전자도 겨우 EUV 설비 1기를 확보한 상황에서 TSMC의 장담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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