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국 휩쓴 '아파트 공동구매' 광풍(狂風)

조합설립 상반기에만 33곳 '12년 만에 최대'
추진위원회 전국 120곳, 9만가구 난립
가짜 입주권에도 웃돈 붙고
사업중단에 투자금 날리기도
  • 등록 2015-10-12 오전 6:00:00

    수정 2015-10-12 오전 8:32:01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전국 곳곳에 저렴한 공동구매 아파트 짓기 광풍이 불고 있다. 청약통장 없이 ‘내 집은 내가 짓는다’는 ‘DIY’(Do It Yourself) 방식의 사업에 뛰어드는 수요자가 크게 늘면서 주택시장의 틈새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분양시장 활황을 빌미로 지역주택 조합원을 모집하는 사업장이 전국에서 난립하고 무자격 사업자와 한탕주의 투기 세력까지 대거 가세하고 있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1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국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은 총 33곳이다. 아직 하반기 인가 건수를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2003년 69건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올 상반기 중 인가받은 조합의 아파트 건설 예정 물량만도 2만 1431가구에 이른다. 역대 가장 많은 규모다. 하반기 물량을 합하면 시장 호황기였던 2002년 2만 238가구, 2003년 2만 959가구를 훌쩍 웃돌 전망이다.

이는 아파트 청약 열풍과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가 맞물려 신규 주택 수요에 불이 붙은 결과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30가구 이상을 지으려면 내 땅이라 해도 사업계획승인을 받고 준공 후에는 청약통장 보유자에게 주택을 일반분양해야 한다. 정부가 분양제도를 통해 민간 주택 공급 시스템을 틀어쥔 것이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은 예외다. 동네 사람들이 십시일반 돈을 보태 직접 택지를 사고 아파트를 지어 나눠 가질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제도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조합 주택은 보통 부동산시장 경기가 좋을 때 인기를 끄는 대안 상품”이라며 “규제가 풀리고 주택시장 호황으로 인해 아파트 분양받기가 쉽지 않자 시세 차익을 노리고 조합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후죽순 추진되는 조합 사업이 앞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나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남의 땅에 아파트를 짓겠다며 줄부터 그어놓고 사업을 벌이는 위험성을 숨기고 조합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자칫 토지 확보 등에 문제가 발생해 사업이 중단 또는 좌초하면 투자금을 몽땅 날릴 수 있다. 권익위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초기 단계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은 전국 120곳, 9만 2353가구에 달한다.

조합원 ‘물딱지’(가짜 입주권)에 웃돈 수천만원이 붙어 거래되는 불법 전매 거래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대구 수성구 수성4가 1번지 부동산 김창희 소장은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들이 로열층·호수라며 조합원 입주권을 수천만원씩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사고파는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며 “아파트를 지을 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도 잇따르는 주민 민원과 불법 현수막 등 과열된 조합원 모집 경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 요구가 쇄도하는 이유다.

급기야 최근에는 권익위원회가 직접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권익위 관계자는 “조합 사업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급증해 지자체 협의 등을 거쳐 연내 국토부에 제도 개선 방안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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