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위기④] "日 바꿀 건 다바꿔 " "韓 말로만 미래성장"

하네다공항 발빠른 증편 vs 인천공항 노선확대 지연
한국 호텔 객실 13만실…일본의 8%수준
韓 의료법 등 규제에 꽉막혀 제자리 걸음
  • 등록 2015-06-01 오전 6:10:00

    수정 2015-06-01 오전 7:47:30

한국방문위원회의 통역자원봉사단인 ‘친절대사’가 서울 홍대 인근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통역 봉사활동 및 ‘친절한 대한민국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외국인 관광객의 일본행에는 상대적으로 일본에 비해 떨어지는 한국의 관광인프라, 질 낮은 서비스 등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사진= 한국방문위원회 제공).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일본의 외국인 관광 증대 배경에는 엔저 외에 일본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면세품 확대, 하네다공항 증편, 호텔 등 지방서비스 인프라 확충 등 전방위적인 대책을 쏟아내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부터 가전제품과 의류 등으로 한정돼 있던 면세품목을 화장품과 음식료품 등으로 확대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다. 하네다공항 노선도 대대적으로 증편했다. 지난해 4월부터 운항거리 제한을 폐지, 유럽·중동·미주 등 27개 도시로 국제선 운항을 전면 허용했다. 하네다~나고야 노선을 30여 년 만에 재개하기도 했다. 관광객 환승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올해 하네다공항을 이용하는 항공편은 작년보다 1.5배 늘었다.

한국 정부는 관광산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육성안을 마련했지만 정작 규제 완화에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장 외국인 관광객 입국의 주관문인 공항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의 추가노선 개설이 여의치 않은 형편.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장은 평일에도 하루평균 13만명 이상이 몰려 출국장 게이트가 북새통을 이루는 상황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제주기점 항공노선 이용객도 전년 동기보다 14% 늘어난 240만명에 육박하면서 탑승률 91.5%를 기록했다. 현재 국토부에서 추진 중인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도 오는 11월에야 마무리돼 기존 공항 확장 또는 제2공항 건설이란 공항 개발 방향이 결정되더라도 착공 전까지 장기소요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외래객이 투숙할 수 있는 호텔 객실 수도 한국은 13만실에 불과했다. 일본 156만실의 8% 수준. 하지만 호텔업법 등이 포함된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지난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돼 1년째 표류 중이다. 의료·보건 관광객을 연간 21만명에서 50만명 끌어올리자는 계획도 원격진료를 막는 의료법 등에 막혀 제자리 걸음이다.

최노석 한국관광업중앙회 부회장은 “도쿄 내 호텔이 서울보다 10배 이상일 정도로 숙박 등의 한일간 인프라 차이는 확연하다”면서 “말로만 한국관광산업의 자생력을 키우자고 주장할 게 아니라 당장 외국인 관광객이 제대로 머물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 한양대 교수는 “한국관광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항공은 국토교통부, 모텔은 식품위생법을 다루는 보건복지부, 부가세 환급은 관세청이 각각 맡아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으로 관광위원회를 만들어 ‘원스톱’으로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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