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집단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윤 일병의 수사기록을 살피다 약 10년 전의 일들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다. 병영 곳곳에서 제2, 제3의 윤 일병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남성들은 바뀌지 않은 병영을 보며 아려오는 가슴을 억누를 수밖에 없다.
사회는 빠르게 민주화하고 있다. 가정과 학교의 비이성적 권위도 많이 해소됐다. 그런데 유독 군대는 변하지 않은 모양이다.
투사는 갑작스런 위기 상황이나 환경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을 남의 탓으로 전가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부모한테서 혼난 첫째 아이가 동생에게 분풀이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아 형성이 완전치 않은 20대 초반에 겪는 문화 충격이 병사 간 구타·가혹행위·성추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군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 군대를 병력 보관소가 아닌 인성 교육의 장으로 여길 필요가 있다. 국방 옴부즈만 등 민간이 참여하는 병영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군은 10년 전과 같은 대책만 내밀며 이 난관을 회피하려는 듯하다. 군 수뇌부들이 스스로 개혁하겠다는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되려 이 사회의 일꾼을 기른다는 심정으로 이 사안을 들여다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