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밖으로 나온 집밥③] 집밥, 외식트렌드를 바꾸다

신사동 가로수길·한남동·서촌 등
'집밥' 콘셉트 식당 인기
직접 도정한 쌀로 밥 짓고…장맛은 덤
  • 등록 2014-03-29 오전 8:08:00

    수정 2014-03-29 오전 8:29:00

한식당 달식탁은 순창고추장 장인이 만든 장으로 비빔국수를 만든다. 맵지도 짜지도 않은 고추장은 깊은 맛을 낸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집밥’은 외식문화 트렌드도 바꾸고 있다. 집밥 덕에 유명인들의 핫플레이스인 서울 서초구 신사동 가로수길과 용산구 한남동의 지도는 바뀌었다. 집밥을 콘셉트로 정갈한 밥상을 내는 곳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로수길 골목 사이 ‘쌀’이라는 간판을 단 ‘홍신애 쌀가게’. 요리연구가이자 푸드스타일리스트인 홍신애 씨가 최근 문을 연 식당이다. 직접 도정한 쌀로 하루 100인분만 판매한다. 우리 밥상의 가장 기본인 ‘밥맛’으로 밥상을 차린다. 특별한 메뉴가 없는 것이 특별하다. 그저 매일 아침 장을 본 재료로 국과 찬을 만든다.

한식레스토랑 ‘달식탁’도 1만원대 가격으로 진정한 집밥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특징은 ‘장맛’. 어머니가 직접 담근 순창고추장으로 장맛을 제공한다. 식당운영은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유지영 씨가 한다. 담백한 순창고추장의 진가가 밥상 위에 그대로 올라 있다.

가로수길에는 이외에도 모던밥상, 삼백집 등 정감가는 집밥 식당들이 즐비하다. 지난 주말 가로수길에서 만난 한 부부는 “집밥을 찾아 이곳에 자주 온다”며 “아무래도 집에서 밥 먹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집밥 메뉴로 식당을 먼저 찾게 된다”고 말했다.

집밥이 뜨는 걸로는 한남동도 예외가 아니다. 이 일대에선 ‘빠르크’가 유명하다. 유행에 가장 민감하다는 인근 디자인회사와 광고회사 직원들이 매일같이 드나드는 곳이다. 남도 특유의 짠맛을 드러낸 것이 특이점. 다만 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는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가정식백반으로 유명한 ‘향기고을’도 집밥의 향기가 물씬 나는 곳이다. 메뉴도 찬도 일반 식당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소소하고 정갈한 밥상차림에 인근 직장인들의 아지트가 된 지 오래다. 직장동료와 함께 식사하러 왔다는 한 손님은 “타지에서 직장생활하며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은 동료에게 집밥 같은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다”며 이곳을 찾은 이유를 전했다.

서울 시내 중심가도 집밥에 빠져 있다. 한적한 동네인 서촌에는 요즘 때아닌 식객들이 넘쳐난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자리한 ‘밥+’ 때문. 전국에서 나는 제철 재료로 집밥을 내는 곳이다. 볼거리, 먹을거리 많은 서촌에서도 명물로 꼽힌다.

식당가에 불어닥친 집밥 바람은 외로운 도시 사람들의 ‘맛에 대한 그리움’을 공략했다는 점에서 핫아이템이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가정에서 밥을 잘 챙겨 먹지 못하는 사회변화가 집밥 열풍을 부채질했다. 무엇보다 몆년 전부터 불어닥친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칼로리는 낮고 영양가가 높은 한식을 다시 보게 된 점이 한몫했다.

한식요리전문가인 최지아 온고푸드 대표는 “과거에 장맛·손맛 등 집집마다 맛을 대변하던 ‘우리 집만의 것’들이 대량화·표준화된 점도 집밥 식당 붐의 요인”이라며 “소자본으로 특별한 기술 없이 창업할 수 있고 집밥이라는 감성적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아이템”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집밥에는 모여서 먹는 훈훈한 정에 대한 그리움과 잔잔하고 평범한 일상에 대한 그림도 들어 있다”며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가족과 한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먹는다는 건 이제 현대인의 로망”이라고 덧붙였다.

‘딸부자네불백’의 정식. 특출날 것 없는 평범한 밥과 찬이지만 진짜 집밥 같아 인기다. 주머니 가벼운 10~20대 젊은층에게 각광받는 곳이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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