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틀에 박힌 아파트 가라…땅콩주택·타운하우스에 살어리랏다

非아파트 이유있는 확산
DTI·전매제한 등 규제안받는 것도 한몫
자연친화적 공간 원하고 투자개념 분위기 사라져
전체 건설물량의 57% 처음으로 아파트 앞질러
  • 등록 2013-10-02 오전 7:00:00

    수정 2013-10-02 오전 11:11:52

좁고 답답한 도심 아파트를 떠나 여유롭고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최근 땅콩주택, 타운하우스 등의 틈새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우리나라에 땅콩주택을 처음 소개한 이현욱 소장이 설계한 주택. <사진제공 광장건축>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3억원이 조금 넘는 금액으로 2층 주택을 장만했어요. 서울에선 생각도 못한 일이죠. 살던 집 전세금에 대출금 조금 더 보태 내집 마련에 성공했답니다.”

30대 중반의 서진호·이하나씨 부부. 이들은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 근처로 집을 옮겼다. 답답한 도시생활에 갈증을 느껴 거주지를 바꾼 이들 부부가 택한 주택은 최근 인기가 높아진 ‘땅콩주택’. 직장은 서울이지만 대중교통이 발달돼 있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20년 넘게 서울에 살아온 40대 중반의 나진구(자영업)씨. 그는 한 달 전 10년째 거주해온 아파트를 팔고 가족과 함께 새 집으로 이사했다. 이들 가족의 새 보금자리는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한 전원마을. 서씨 부부와 비슷한 이유로 서울을 떠나온 이들 가족은 이곳에 직접 집을 지어 새 둥지를 마련했다.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집을 지을 수 있고, 공기 좋은 곳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어 행복하지요. 마당에 가득 자라나는 채소만 봐도 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서울 안에서도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한 타운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는 60대 노부부. 다소 자금 여유가 있는 이 노부부는 퇴직 후 이곳으로 옮겨왔다.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장점을 합한 타운하우스는 도시와 농촌의 생활 라이프를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서울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데다 집 앞에 텃밭도 가꿀 수 있으니 아주 좋아요. 자녀들과 손주들도 자주 볼 수 있어 만족합니다.”

아파트 일변도였던 우리나라 주거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타운하우스, 땅콩주택, 모듈러주택 등 기존의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형태의 집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테라스 개념을 도입한 아파트들이 인기다. 이 같은 추세는 주택건설 실적에서도 잘 나타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1~7월) 주택건설 실적(인허가·착공·분양준공)은 28만5422호다. 아파트가 11만8114호, 비아파트(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가 16만7323호로 통계가 실시된 이후 처음으로 비아파트가 아파트 건설 물량을 앞질렀다. 통계가 처음 이뤄진 2004년도의 경우 주택건설 규모는 54만8792가구. 이 가운데 아파트는 무려 전체의 73.7%인 40만4878가구나 됐다.

이는 기존의 획일적인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친화적이고 개성 있는 집에 살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욕구가 건축산업 발전과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로 아파트를 투자 개념으로 여기던 분위기가 사라진 것도 비아파트가 증가한 이유다. 타운하우스를 비롯한 전원주택의 경우 DTI(총부채상환비율)나 전매 제한 등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로운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주택 유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주택 1467만7419호 중 아파트는 857만6013호로 전체의 58%를 차지한다. 이어 단독주택이 408만9491호, 연립주택이 53만6070호, 다세대주택 131만4452호, 비거주용 건물 16만1393호 순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비아파트 주택 건설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올해와 내년 비아파트 주거 형태 비율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앞으로는 주택이 단순 거주처에서 벗어나 같은 가치관이나 취미를 공유하는 집단이 가치를 나누는 공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소규모 동호인 주택과 타운하우스 등이 각광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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